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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자꾸 빠져드는 게임중독… 알고보니 ADHD 때문?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업무에서 정리·정돈을 잘 못하거나 충동적 결정을 내리는 등 애매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게임이나 알코올 등 중독질환에 빠져드는 경향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20세 이상 ADHD 환자 작년 1만2522명… 5년새 3배 증가
게임중독·알코올 중독·우울증 ADHD에서 시작된 ‘공존 질환’


직장인 유모(32)씨는 인터넷게임중독에 빠져 1년 전 직장까지 그만뒀다. 업무 중에도 게임을 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 어려웠고 충동적으로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탓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게임중독에서 빠져 나오려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계속되는 치료 실패로 자기 혐오에 빠지고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김씨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고 자신의 게임중독과 우울증이 ADHD로부터 시작된 ‘공존(共存)질환’임을 알게 됐다. ADHD에 맞는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시작하자 게임하고 싶은 충동이 줄고 우울증도 점차 나아졌다.

ADHD는 뇌 안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기능 이상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기간 소아·청소년의 병으로만 여겨 왔으나 유씨처럼 성인도 경험할 수 있다. 실제 ADHD 아동의 50% 이상은 어른이 돼서도 지속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ADHD 환자는 2014년 3867명에서 지난해 1만2522명으로 5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문제는 성인 ADHD의 경우 아동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ADHD 아이들은 쉽게 산만해지고 과잉행동을 한다. 앉아서 꼼지락거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반면 어른 ADHD 환자들은 업무에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고 부주의하다.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렵고 프로젝트 완수를 잘 못한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약속이나 할 일을 잊어 곤란을 겪을 때도 있다.

최근 이런 성인 ADHD와 인터넷게임중독이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이정 교수와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가 국내 온라인게임중독 환자 255명을 대상으로 3년간 관찰·추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를 통해 ADHD 진단을 받은 온라인게임중독군(127명)과 단순 게임중독만 진단받은 그룹(128명)을 비교한 결과 ADHD를 동반한 그룹에서 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차에서 두 그룹 간 회복률을 비교한 결과 ADHD 동반 그룹이 일반 게임중독군보다 배 이상(0.17% vs 0.49%) 낮은 회복률을 보였다.

또 두 그룹 간 재발 가능성을 비교했더니 ADHD 동반 그룹이 1년 차에서 5배(0.2% vs 0.04%), 2년 차에서 6배(0.24% vs 0.04%)나 높았다.

이는 ADHD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뇌의 보상회로가 취약해 게임, 도박 같은 강하고 즉각적인 자극에 ‘도파민 보상회로’(쾌락·성취감 등 보상 추구 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활성화)가 더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억력과 사고력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와 보상회로 취약 등의 특성이 ADHD 환자와 게임중독 환자 간에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ADHD와 게임중독의 증상 발현에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다.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는 6일 “일반 게임중독군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에 대한 집착, 게임 시간을 속이는 행위, 게임으로 인한 부모·가족과의 갈등 및 학업 저하 등의 증상이 감소되는 양상을 보인 반면 ADHD를 동반한 그룹의 경우 게임중독 증상 감소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또 “충동 조절이 어렵고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ADHD의 성향이 게임중독의 증상과 진행,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게임중독 같은 중독장애의 평가와 치료 시 반드시 기저질환(원래 갖고있는 질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ADHD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독센터 발표에 따르면 알코올중독 환자에서도 ADHD가 5~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물 남용으로 치료받는 성인의 25%가 ADHD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DHD 환자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되어 게임중독 외에 다른 중독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소아·청소년기부터 낮은 자존감과 자기 혐오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성인 ADHD 환자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를 동반할 확률도 높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2017년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성인 731명을 조사해 봤더니 55.7%(407명)가 ADHD 환자로 의심됐다.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ADHD를 공존 질환으로 갖고 있으나 우울증 증상에 가려져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성인 ADHD는 오해와 편견으로 병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해 치료율이 매우 낮다. 자신의 병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변 시선, 약물 치료에 대한 낙인 효과 등이 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악물 오·남용에 대한 잠재적 위험보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환자의 사회적 비용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 이사장은 “게임이나 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장애나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ADHD를 진단받는 성인 환자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자신의 ADHD 증상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소아·청소년기를 보낸 경우가 많다”면서 “ADHD는 생애주기에 따라 주요하게 발현되는 증상이 다르고 여러 ‘공존 질환’에 가려져 올바른 진단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증상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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