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적 호응 속에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냉혹한 칼날 위에 섰다.
국정 역량을 총결집했던 북핵 외교는 2017년 말의 엄혹한 상황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시대적 과제인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도입한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도 낙제 위기다. 정부가 소명으로 삼았던 사회 개혁은 국회의 문턱이 높아 성과를 자신할 수 없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앞으로 1년의 정책 성과가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집권 1년은 축제 같았다. 북한의 호응으로 유례없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됐다. 4·27 판문점선언 12일 만인 지난해 5월 9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북핵 외교가 최고점을 지나던 시기였다. 경제정책은 삐걱거렸지만 국민들은 눈감아줬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 수사를 비롯한 세월호 진상규명과 적폐청산, 대통령 개헌안 발표, 권력기관 개혁 등 사회 개혁도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올해 취임 2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은 높은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있다. ‘톱다운’ 방식의 북핵 외교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실무 합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정책은 부진한 성적표 속에 전면적인 기조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급격하게 추진되는 가운데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기업 투자마저 주저앉았다. 속도 조절과 로드맵 구축에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청와대가 정책 컨트롤타워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회 개혁 법안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7부 능선을 넘었지만 최장 330일의 장도가 남아 있다. 여야 합의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지만, 청와대의 협치 의지는 아직 희미해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삐걱거릴 때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기대 위기를 돌파해 왔다.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4분기 지지율은 46%로 김영삼정부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50%), 이명박 전 대통령(47%)에 이어 세 번째에 그치고 있다.
향후 1년간 고도의 외교 역량과 함께 가시적인 경제 성과,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개혁 제도화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6일 “개혁의 근본 목표는 사회 갈등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진영 논리에 갇혀 갈등이 심화되는 형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뚜렷하게 추진됐다고 보기 어렵고, 소득주도성장은 보호하려 했던 계층이 오히려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