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 적폐청산 거악 잡았지만 개혁 제도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금천구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직접 만든 종이 카네이션을 어르신들에게 달아드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행 2년차를 맞은 치매국가책임제의 혜택을 많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거악은 잡았지만 사회 개혁 제도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 중 1번으로 철저하고 완전한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사회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권력형 적폐청산을 위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펼쳐졌고,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해 공직사회 대부분이 수사·감찰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일시적 조치가 아닌 개혁 제도화는 이제 겨우 첫발을 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권력기관 개편 등은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다. 노동 개혁은 노동계의 반발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여러 민생법안도 사회적 갈등 속에 사문화되고 있다.

탄핵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데 이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전두환씨는 지난 3월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 법정에 섰다. 전직 대통령들이 잇달아 법정에 서면서 적폐청산 작업도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국정 교과서 정책 폐지,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조사 등이 이어졌다.

일련의 청산 작업을 통해 국민 감정은 다소 해소됐지만 관건은 제도적 개혁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국가정보원과 검찰, 수사·치안 역량에 허점을 보여온 경찰에 대한 개혁이 핵심이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위한 개헌은 물론 선거제도 개편, 양극화 해소, 노동 개혁, 재벌 개혁 등도 모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난 2년 제도화된 개혁 작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겨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 정도가 올랐을 뿐이다. 청와대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만 야권의 협조를 구했을 뿐 다른 분야는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몰락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설사 여권이 압승해 그때부터 개혁 입법에 나선다 해도 국민들은 1년을 더 허송세월해야 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다음 달 활동기간이 종료된다. 청와대가 야당을 설득할 복안을 내놓지 못하면 최장 330일에 걸친 국회 논의도 진통을 겪을 게 뻔하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국회 내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부패방지권익위원회법 개정안 등 반부패개혁 법안과 빅데이터 3법 등 혁신성장 관련 법안도 처리가 난망한 상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를 정부가 밀어붙인 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논의도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전력수급과 에너지 전환 비전을 두고 갈등이 확산일로다. 재벌 개혁도 총수일가 전횡을 견제할 전자·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터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현 정부의 사회 개혁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악재로 평가받는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촉발되며 국민의 정치 불신만 키웠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여야정 협의체가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많다. 여권이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고 야권의 이야기를 국정에 반영하고 협조를 얻어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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