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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심재철, 감정 실린 ‘40년 전 사건’ 진실 공방… 점입가경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 수사에 협조했느냐를 두고 심재철(오른쪽 사진)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시민(왼쪽)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0년 묵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심 의원은 80년 6월 합수부 수사 당시 유 이사장의 자필 진술서를 공개하며 유 이사장 밀고 탓에 여러 인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진술서는 다 거짓말이었다”고 반박했고,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도 가세해 심 의원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약 40년 전 고문과 강압이 개입된 진술서의 사실 여부를 두고 야당 중진 의원과 여권 유력 인사가 퇴행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시민씨는 (진술서를 통해) 드러난 학생 지도부뿐 아니라 복학생 9명의 행적을 상세히 기술했다”며 “유시민의 거듭된 거짓 해명이 유감”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중 내란음모 혐의의 밑그림이 됐다는 주장이다.

심 의원은 전날에도 ‘국민께 진술서를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건 당시 본인과 유 이사장의 진술서를 원본 사진 파일로 공개했다. 심 의원은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자적 시각으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었다”며 “그의 진술서에 내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됐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의 합수부 진술서 탓에 심 의원을 포함한 운동권 학생 여러 명이 피해를 봤지만, 정작 진술을 한 유 이사장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유 이사장은 진술서가 ‘합수부를 속이기 위한 창작’이었다는 입장이다. 유 이사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80년 3월 심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도록 성의 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해명했다. 유 이사장은 앞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도 합수부 수사 당시 비밀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알려졌던 학생회 조직을 주로 언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유죄 판결에 있어서 핵심 법정 증언이 바로 형(심 의원)의 증언임이 역사적 진실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어찌 부정하느냐”고 적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나는 김대중에게 사형이 판결된 국가보안법 위반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번 밀고 논쟁은 KBS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가 발단이 됐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뜻밖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곳이 합수부”라며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후 심 의원은 “진실을 왜곡했다. 유 이사장이 진술서에 운동권 내부 동향을 적시해 77명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겨눈 칼이 됐다”고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결국 당시 자술서까지 공개했다.

노무현재단은 공방 확산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재단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자술서를 읽는 것과 그 당시에 고문당하면서 썼던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며 “진실 공방을 하거나 누가 옳고 그르냐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은 재심을 통해 김 전 대통령 등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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