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주요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실공히 빅 클럽으로 다시 자리한 리버풀에게 ‘무관(無官)’은 아직 씻어내지 못한 불명예다. 지난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번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1-12시즌 리그컵(EFL) 우승 이후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한 리버풀에 남은 기회는 토트넘 홋스퍼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뿐이다.
리버풀은 올 시즌 빼어난 성취를 이뤘음에도 리그를 제패하지 못했다. 리버풀은 13일(한국시간) EPL 최종 라운드가 막 내릴 때까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했지만 결국 승점 단 1점 차로 우승컵을 내줬다. 38경기에서 한 번밖에 지지 않은 리버풀은 승점 97을 획득하고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브라이튼 FC전에서 패하면 자력 우승이 어려웠던 맨시티는 상대를 4대 1로 격파하며 2년 연속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친 리버풀은 역대 최강의 2위 팀으로 기록됐다. 각종 외신에 따르면 리버풀은 유럽 5대 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얻은 준우승팀이 됐다. 리버풀의 승점 97점은 이전 잉글랜드 1부리그 119시즌에서 우승한 116개 챔피언 팀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우승은 EPL 출범 전인 1989-90시즌이 마지막이었던 리버풀에는 두고두고 아쉬울 결과다. 하지만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클롭 감독은 준우승이 확정된 후 “우리는 리버풀 역사상 최고의 세대 중 하나”라면서도 “리그 우승을 위해 조금 더 완벽한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홈구장인 안필드를 가득 메웠던 리버풀 팬들은 우승 좌절에도 열렬한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리버풀은 챔피언이 아니었지만 안필드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리그는 마쳤지만 리버풀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토트넘을 꺾고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주인이 된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1대 3으로 무너진 바 있다. 주포인 모하메드 살라가 전반 30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빠지며 예상치 못한 공백이 생겼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리버풀은 일 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전력투구할 예정이다. 올 시즌 EPL에서 22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사디오 마네와 살라가 건재하고,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 버질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한 수비력은 탄탄하다. 이번 시즌 토트넘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2대 1로 이겼던 좋은 기억도 있다. 결승전까지 보름 넘게 남은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단판 승부를 결정지을 묘수를 준비하는 것이 리버풀의 마지막 과제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