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번 쓴맛’ 날린 한번의 달콤한 샷

강성훈이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후 아내 양소영씨, 아들 유진군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강성훈이 자신의 159번째 PGA 투어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후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AP뉴시스


강성훈(32)이 15번홀에서 약 7m 버디 퍼트를 시도한 후 입술을 꾹 다문 채 공을 지켜봤다.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그는 오른손으로 확신에 찬 듯 힘차게 어퍼컷을 날렸다. 이 버디로 승기를 잡은 강성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11년 1월 PGA 투어 데뷔전에서 컷 탈락한 후 8년 4개월 만이고, 159번째 대회를 치른 끝에 나온 PGA 첫 승이다.

강성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파71·7558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79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강성훈은 맷 에브리(36)와 스콧 피어시(41)에 2타 앞서며 생애 처음으로 PGA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지난 11일 끝난 2라운드에서 코스 타이 기록인 61타를 친 강성훈은 2위 그룹에 4타 앞서며 첫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강우로 늦게 시작한 3라운드에서 에브리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잠시 주춤했다. 일몰 순연으로 3라운드 잔여 9홀과 4라운드 18홀을 함께 치러야 했지만 강성훈은 강약을 조절해가며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3라운드 잔여 9홀에서 2타를 줄이는데 그친 에브리에 3타 앞선 상태에서 4라운드를 시작했다. 4라운드에서도 초반 버디 5개를 몰아친 에브리에 역전 당하기도 했지만 8~10번홀, 14~16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PGA 첫 승까지 강성훈은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획득 후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강성훈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준우승만 6번 차지하며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2010년 4월 첫 우승 후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PGA 출전권을 확보했으나 이듬해 1월 PGA 데뷔 무대인 소니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이후에도 컷 탈락을 거듭하며 투어 출전권을 잃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웹닷컴 투어(2부)로 내려가야 했다.

2016년 PGA 무대로 돌아온 강성훈은 2017년 4월 셸 휴스턴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 강성훈은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3라운드까지 2위에 3타 앞서며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으나 러셀 헨리에게 뒤집히며 첫 우승의 기회를 안타깝게 놓쳤다. 당시 비록 우승은 놓쳤으나 그 경험이 이번 대회 우승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강성훈은 지난 11일 2라운드를 마친 후 “2년 전 휴스턴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리드를 한 상태에서 최종 라운드를 맞이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배운 점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르게 잘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강성훈은 최경주(8승), 양용은, 배상문, 김시우(이상 2승), 노승열(1승)에 이어 6번째 PGA에서 우승한 한국인이 됐다. 우승상금 142만2000달러(약 16억7000만원)와 2020-2021시즌 PGA 투어 시드도 얻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및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세계랭킹은 138위에서 75위로 크게 뛰었다. 강성훈은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기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꿈꿔왔는데, 이렇게 꿈이 이뤄지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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