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즌 5승’… 시구한 어머니에게 8이닝 무실점 ‘최고의 선물’

LA 다저스 류현진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완봉승을 거둔데 이어 이날은 8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내주는 등 무결점 투구를 펼쳤다. AP뉴시스



 
경기에 앞서 가진 어머니의 날 행사에서 류현진의 어머니 박승순(왼쪽 두 번째)씨가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에게 인사하는 장면. LA 다저스 트위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이제 안타 하나 뺏기 힘든 투수로 진화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를 넘어 자신이 마음먹은 곳으로 완벽히 공을 던지는 ‘투구 장인(匠人)’이 됐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이 6대 0으로 승리하며 류현진은 시즌 5승(1패)째를 거뒀다.

지난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도 무결점 투구를 펼쳤다. 워싱턴 타자들은 류현진의 현란한 투구에 막혀 제대로 된 타구를 날리지도 못했다. 노히트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8회 1사 후에야 헤라르도 파라에게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2루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이미 빅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 올 시즌 들어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크리스 아처(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각 팀 에이스들을 잇달아 무너뜨렸다. 이날도 빅리그 최고 연봉 투수인 워싱턴의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833만 달러·452억원)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라는 점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최근 2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선보이며 평균자책점을 1.72로 끌어내렸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점 2위, 다승 공동 5위다. 내셔널리그에서는 다승 1위다. 특히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7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또 54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3개만 허용해 삼진/볼넷 비율 18.00으로 이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은 이날 시즌 최다 투구수인 116개를 던지며 79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아넣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또 이미 5승째를 거두며 올 시즌 자신이 목표로 잡았던 한 시즌 20승도 가시권에 넣었다. 20승 투수는 빅리그에서도 지난해 단 두 명만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꿈의 기록이다. 류현진이 20승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한국인 한 시즌 최다 승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이던 2000년 기록한 18승이다.

류현진은 최고의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모든 네 가지 구종(all four pitches)으로 언제든 마음먹은 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며 “류현진은 (직구뿐 아니라) 두 번째 무기로 존을 공략할 수 있다. 능숙한 장인과 같다”고 극찬했다. 여기에 직구도 포심, 투심, 커터로 나눠서 던진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가라앉는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는다. 물론 이 모든 구종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뿌린다. 이에 현지에선 ‘제구력의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의 재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덕스는 빅리그 23년 통산 355승을 거뒀고 9이닝당 볼넷은 1.8개에 불과한 ‘전설’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요즘 제구와 컨디션, 몸상태 등이 너무나 좋다”고 전했다. 이어 “코디 벨린저가 아주 고마운 플레이를 해줬다. 그런 플레이를 했을 때 좋은 기록(노히트노런)을 달성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6회초 1사 후 스트라스버그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그런데 벨린저가 공을 잡자마자 빠르게 1루로 송구해 아웃시켰다. 보기 드문 우익수 앞 땅볼 아웃이었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어버이날이자 어머니 생일이었던 8일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현지시간으로 ‘어머니의 날’인 이날 승리를 따내 시구자로 나선 어머니 박승순씨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선사했다. 류현진은 “어머니에게 가장 좋은 날 가장 잘한 것 같아서 기분좋다. 다음 아버지 생신에도 잘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