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전모(34)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고, 점심식사는 운동 후 보통 편의점 샌드위치로 가볍게 때운다. 전씨는 “편의점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커피 한 잔에 샌드위치를 먹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편의점 샌드위치가 인기다. 1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샌드위치 판매 비중이 삼각김밥을 앞질렀다. 학생과 직장인의 가벼운 한 끼로 각광받는 편의점 샌드위치를 ‘국민컨슈머리포트’가 평가했다. 5개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5개 제품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삼각김밥보다 샌드위치…가벼운 한끼를 찾는 사람들
샌드위치 판매 비중이 편의점 대표 식품인 삼각김밥(주먹밥)을 넘어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샌드위치의 매출 신장률은 2017년 22%, 지난해 37%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U의 경우 지난 3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샌드위치 매출 신장율이 45%나 됐다.
간편식품 매출 순위도 2016년 ‘도시락-주먹밥-김밥-햄버거-샌드위치’에서 올해 ‘도시락-샌드위치-주먹밥-김밥-햄버거’순으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편의점들도 다양한 맛의 샌드위치를 출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국내 편의점 업계 상위 5개 업체인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가 각각 주력으로 판매 중인 샌드위치 5개 제품을 추천받아 평가했다.
CU는 최근 대만식 먹거리에 대한 인기를 반영해 연유 크림과 햄 치즈 계란으로 만든 ‘대만식 연유 샌드위치’(2000원)를 주력 샌드위치로 추천했다. GS25는 찹쌀떡의 쫄깃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트렌드에 맞춰 호박찹쌀떡 시트에 시나몬 애플잼 생크림 치즈 등으로 만든 ‘모찌모찌 샌드위치’(2300원), 세븐일레븐은 식빵 사이에 땅콩버터와 믹스베리잼을 넣어 달콤짭짜름한 맛을 내는 ‘스키피 샌드위치’(2200원)를 각각 골랐다. 미니스톱은 에그 샐러드와 참치 크래미 샐러드에 햄 치즈로 구성된 ‘트윈 샐러드 미니샌드’(2400원), 이마트24는 식빵이 아닌 패스츄리 안에 햄 양상추 피클을 넣은 ‘패스츄리 샌드위치’(2800원)를 주력 샌드위치로 추천했다. 각 편의점마다 ‘아이돌 샌드위치’로 불리는 샌드위치가 판매 1위 제품이지만 레시피가 비슷해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력 샌드위치를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 1층의 컨템포러리 코리안 다이닝 ‘안뜨레(Entree)’에서 진행됐다. 안뜨레는 일곱 가지 한식 코스 메뉴와 단품 메뉴를 비롯해 계절 음식으로 준비된 시즌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모던하면서도 동양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에 별실이 마련돼 있어 비즈니스 미팅이나 상견례 등의 모임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평가에는 안뜨레와 뷔페 레스토랑 ‘킹스’의 셰프들이 참여했다. 이재정 안뜨레 총주방장과 김준기, 김철웅, 류대현, 이태휴 셰프가 편의점 샌드위치를 평가했다. 평가 대상인 편의점 샌드위치는 포장을 벗겨낸 뒤 ①~⑤ 번호표를 꽂은 제품을 접시에 담아 각 평가자에게 배치했다. 셰프들은 샌드위치의 모양새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빵을 조금씩 뜯어 맛보고, 속재료를 살피면서 맛을 음미하는 등 신중하게 평가에 임했다.
평가자들은 샌드위치의 모양새, 빵의 맛, 속재료의 구성과 맛, 식감, 어우러짐 등 7개 항목을 평가했다. 서로 다른 샌드위치 제품을 평가하는 만큼 메뉴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와 대중성도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다. 각 항목을 종합해 1차 평가를 하고, 영양성분과 원재료 평가를 한 뒤 마지막에 공개된 가격까지 고려해 최종 점수를 냈다. 최고 5점, 최저 1점을 주는 상대평가였다.
이정재 총주방장은 “샌드위치를 봤을 때 주재료가 뭔지 알고 고를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알아채기 힘든 것들이 많아서 아쉬웠다”고 총평했다. 이 총주방장은 “하지만 주 소비층인 10~20대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본에 충실한 맛에 최고점…“10~20대 평가는 다를 수 있어”
이번 평가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들이 호평을 받았다. 베이커리 전문점 샌드위치 맛을 구현한 미니스톱 ‘트윈 샐러드 미니샌드’가 4.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샐러드와 햄, 치즈, 채소가 적절히 들어가 있어서 샌드위치의 맛을 제대로 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태휴 셰프는 “재료가 다양한 게 좋았다. 빵도 질기지 않고 전반적으로 달지 않아 조화로운 맛을 냈다”고 평가했다. 이 총주방장은 “모양은 평범하지만 식감이 심심하지 않다. 질리지 않고 계속 사먹을 수 있는 맛”이라고 말했다.
2위는 이마트24 ‘패스츄리 샌드위치’(3.4점)였다. 하루에 한 번씩 샌드위치를 먹을 정도로 샌드위치를 즐긴다는 김준기 셰프는 “무난해서 자주 사먹을 수 있는 맛”이라고 평가했다. 김 셰프는 “식빵이 아니라 패스츄리라는 점도 호감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패스츄리의 맛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총주방장은 “패스츄리의 바삭한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 순위를 나란히 하는 CU와 GS25의 제품이 공동 3위에 올랐다. CU ‘대만식 연유 샌드위치’와 GS25 ‘모찌모찌 샌드위치’는 각각 2.8점을 받았다. CU 제품에 대해 이태휴 셰프는 “요즘 유행하는 맛을 냈는데 너무 단 게 아쉽다”고 했다. GS25 제품에 대해 류대현 셰프는 “떡과 크림의 어우러짐이 충분치 못하다”고 평가했다. 김준기 셰프는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한 번쯤 사먹어 보고 싶은 맛”이라고 했다.
5위는 세븐일레븐 ‘스키피 샌드위치’(1.2점)였다. 미국의 중고생들이 즐겨 먹는 땅콩버터와 과일잼으로 만든 샌드위치인데 너무 달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준기 셰프는 “땅콩크림이 아니라 피넛버터가 더 얇게 들어가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