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계 미국인 억만장자 로버트 F 스미스(56)가 올해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생들의 모든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한 이후 빚더미에 나앉은 미 대학생들의 실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 대란은 사회구조적 문제이며 국가 차원의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교육시민단체 TICA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생 3분의 2가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2만8600달러(약 3400만원)다. 현재 미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5000억 달러(약 1788조원)로, 2022년에는 2조 달러(약 2387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1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출 이자율은 5~7%다.
미국 청년층이 과도한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신의 힘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문화 때문이다. 미 대학입시 전문업체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3만3500달러(약 4000만원)이고 공립대학은 9700달러(약 1200만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취직한 뒤에도 수년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이 되면 그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 중 40%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학자금 대출 대란에는 한 명의 선한 기부자가 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수많은 대학생이 빚 때문에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진출 전부터 거액의 빚을 져야 하는 미 대학생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모어하우스 칼리지의 한 학생은 “졸업 이후 어떻게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친구들과 많이 고민했다”며 “20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 탓에 앞으로 25년간 빚을 갚아야 하는 친구도 있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댄 지벨 국제학생변호네트워크 부회장은 “청년들이 사회생활 초기부터 막대한 빚을 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며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정계에서도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달 가계소득이 10만 달러 미만인 사람들에게 학자금 대출금 5만 달러를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워런 의원은 “학자금 대출 경감을 통해 이 사회의 고장난 부분을 고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민주당 대선 주자인 웨인 메삼 플로리다주 미라마시장도 학자금 대출 경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한도를 낮추는 내용의 고등교육법(HEA)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