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건강

[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남모를 고통 치질… 치핵을 뿌리째 뽑아야 안심

대항병원 이두한(오른쪽) 치질센터 원장이 치핵 근본 절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치질은 일단 수술로 치핵 뿌리를 제거하고 나면 재발 확률이 1%도 안 된다. 대항병원 제공


속칭 치질은 항문조직이 부풀어 커지는 치핵과 찢어지는 치열, 염증이 생기는 치루를 모두 가리키는 항문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런 치질 때문에 2017년 한 해 동안 국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가 무려 6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항병원은 이들 치질 환자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이다. 특히 증상과 상황에 따라 개인맞춤 정밀수술을 시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항병원 치질센터 이두한(61) 원장은 26일 “치질 수술의 핵심은 치핵을 뿌리까지 완전히 없애 다시는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남모를 고통, 치질 피해를 줄이고 항문건강을 오랫동안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원장에게 물어봤다.

-치질은 왜 생기는가?.

“치질은 항문 안에 있는 혈관과 조직이 늘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고통과 불편을 초래하는 항문질환이다. 변을 볼 때 힘을 줘서 본다던가, 오래 앉아서 보거나 자주 보면 치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종사자, 수험생, 운동 부족이나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해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으로 때우는 사람, 임신부, 다이어트를 자주 심하게 하는 여성, 평소 섬유질 섭취가 적은 이들에게서 많이 생긴다.”

-치핵, 치루, 치열 등 다양한 병들이 있다. 무엇이 다른가?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병들을 통칭하는 병명이다. 항문 피부와 점막 밑에 위치한 혈관 조직이 늘어나서 생기는 게 치핵(痔核), 항문 주위 피부에 고름 굴(누공)을 만드는 게 치루(痔漏)다. 그리고 항문 피부가 찢어지는 병을 치열(痔裂)이라 한다. 이 중 치핵이 가장 흔하고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치핵을 뜻하는 병명으로 굳어진 듯하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위험이 따르는가?

“무엇보다 쪼그리고 앉거나 운동을 할 때, 심지어 걸을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삐져나와 불편하다. 배변 시 주사기로 물총을 쏘듯 피가 뻗쳐 나오거나 일상생활 중 속옷에 피가 묻어나올 수도 있다. 출혈량이 많을 경우 빈혈로 인한 합병증을 겪기도 한다. 치질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가급적 빨리 대장항문외과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방향 등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치질을 오래 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

“치질이 암으로 변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특히 치핵의 경우 아무리 오랜 기간 방치해도 암으로 발전하는 일이란 없다. 다만, 치루 중 일부는 암으로 변할 수 있다. 발병 시 대부분 1년 이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다. 그러나 발생빈도는 아주 드물어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치료는 어떻게?

“크게 약물치료 등 비수술 요법과 수술 요법 두 가지가 있다. 증상 정도에 따라 어떤 것을 쓸지 결정한다. 별 다른 통증 없이 항문출혈만 경험하는 초기(1~2도)엔 좌욕이나 약물치료만으로 통증 완화 및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기 이후 진행 단계에선 고무밴드결찰술, 경화요법, 전기(레이저)소작술 등과 같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무밴드결찰술은 병변을 묶어 자연스럽게 병든 조직(병소)을 떨어트리는 방법이다. 경화요법은 주사제를 투여해 병소를 굳히고, 전기소작술은 병소를 전기에너지로 태워 없애는 시술이다. 치료 후 통증은 수술보다 적은 이점이 있지만 완벽한 원인해소가 힘들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수술은 이 같은 시술도 통하지 않을 때 시행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치핵은 혹 덩어리와 주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눈으로 직접 보면서 절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내(內)치핵 수술은 ‘원형자동문합기(PPH)라는 기구를 항문에 삽입해 병들어 늘어진 직장 점막과 혈관을 정리하고 치핵까지 절제한 다음 봉합해주는 방법으로 한다. 최소한의 치핵 조직에만 칼을 대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한편 탈항(항문으로 빠져 나온)이 된 내치핵 덩어리나 항문 밖으로 늘어진 외(外)치핵의 경우엔 혹 뿌리까지 잘라내는 ‘치핵 근본 절제술’이 필요하다.”

-수술 후 회복 및 일상생활 복귀 기간은?

“수술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은 수술 후 2~3일 뒤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래도 과도한 움직임은 피하고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수술 후 2주가 지나면 골프나 등산, 수영 등 운동을 제외하고 일상 활동을 거의 모두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은 환자마다 차이가 있다. 수술 후 바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환자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대개 수술 후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지만 1~2주 정도 퇴원이 미뤄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수술에 나이 제한은 없나?

“수술하기 전 모든 환자에 대해 척추마취 수술을 견디기에 충분한 상태인지 항상 체크하고 있다. 80세 이상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수술 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수술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다. 단순히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치질 수술을 못하는 경우란 없다는 말이다. 치질은 일단 뿌리까지 치핵을 확실히 제거하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재발 위험성이 1%도 안 된다.”

-수술 후 조심해야 할 것은?

“수술 후 2일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변을 보고 싶은 변의를 느끼게 된다. 이때 배변을 가볍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섬유질이 많은 식품 위주로 잘 먹어야 한다. 또 매일 정기적으로 온수 좌욕을 실시해준다. 항문을 깨끗이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수술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 도움이 된다.

항문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변 후에는 늘 비데 또는 샤워기로 항문 주변을 깨끗이 씻고 건조시키는 게 좋다. 산책이나 빨리 걷기처럼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여주는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을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예방 수칙이 있다면?

“치질은 생활 속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다. 화장실 배변 습관을 포함해 잘못된 음주 습관 개선, 변비 해소 등 일상에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꾸준히 섭취해 변의 양을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채소와 현미 등 잡곡밥이 좋고 유산균이 들어 있는 유제품을 즐겨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단시간 내 배변이 안 되면 중단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 있을 경우 복압이 오르고 항문에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배변 후 온수 좌욕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과음이나 과로 역시 피해야 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