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명 밴드 멤버부터 걸그룹 출신 연예인 등의 학폭 연루 의혹이 SNS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 ‘학폭투’(학교폭력과 미투의 합성어·학교폭력 가해 사실 폭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는 과거보다 학폭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학교와 제도권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상처를 안고 살던 피해자들이 직접 SNS를 폭로 창구로 활용하며 일종의 ‘자력 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27일 온라인상에서는 걸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의 학폭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자신을 효린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A씨는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효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효린의 소속사는 “해당 글을 올린 이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명예훼손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효린뿐만 아니라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은 지난 24일 학폭 가해 의혹이 불거지자 밴드를 탈퇴했다. 지난 3일에는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듀스X101’ 출연자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던 윤서빈이 학폭 논란으로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다.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학폭의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가슴에 묻었다가 승승장구하는 가해자를 보면서 폭로할 용기를 냈다고 했다. 김승혜 푸른나무 청예단 청소년사업·상담본부장은 “학폭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제대로 사과만 받아도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상대방이 반성의 기미가 없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할 때 마음에 응어리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진했다는 평가다. 학폭위는 2004년 시행됐는데 개최가 의무화된 것은 2012년부터다. 박주형 경인교육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학폭위에서는 피해학생 조치보다 가해학생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이뤄졌다”며 “최근에는 피해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학폭위는) 학폭 피해 아이들의 정서적 상처를 돌보거나 안전조치, 가해자 선도교육 등을 병행할 여유가 없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며 “학폭 해결의 목적은 아이들이 일상에 돌아오는 것이다. 피해학생이 적절한 시기에 다니기 편한 장소에서 치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가해학생을 상대로 한 선도교육의 내실화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권에서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민형사소송에 기대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적절한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현재’의 전수민 변호사는 “대부분 학폭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학급교체, 전학 조치를 통해 분리되기를 원하지만 그보다 약한 조치로 끝나는 경우 피해자들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민형사소송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는 교육적 측면에서 전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