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차단하면 미국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와 토마호크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제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미 국방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끊을 경우 미국은 F-35 전투기부터 장갑차, 프레데터 무인정찰기, 순항미사일, 야간투시경 등 광범위한 무기 제조에서 차질을 빚게 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7%,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첨단 전투기 F-35 라이트닝 II를 한 대 생산하는 데 희토류 417㎏이 필요하다.
이트륨(Y) 터븀(Tb) 등 희토류는 목표물을 탐지하는 레이저 등 첨단 장비와 미국이 구상하는 미래전투체계(FCS)에도 사용된다. 희토류는 기동성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최첨단 무장무인기 프레데터 드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국내 전체 희토류 소비의 1%를 차지하고 있다. GAO는 2016년 보고서에서 “희토류는 미국 군사 장비의 생산, 유지, 작동에 필수적”이라며 “전체적인 국방 수요와 관계없이 희토류 공급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주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제품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데 쓰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는 지난 28일 매체 인터뷰 형식으로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희토류 무기화’를 이슈로 부각시켰고, 다음날 루캉 외교부 대변인도 “그 발언은 도리에 맞다”고 가세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다른 나라에서 희토류를 수입하거나 국내 희토류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단기간에 ‘희토류 자립’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는 호주 인도 미얀마 등이 있지만 호주 외에 다른 국가의 생산량은 많지 않고, 브라질과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이 많지만 채굴 및 가공 시스템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희토류 원석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오염이 불가피해 직접 생산을 꺼리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에서 매달 3000~4000t의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이를 모두 중국으로 보내 가공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자국에 희토류 제련공장 3곳을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희토류는 자성이 강하거나 광학적인 특질이 있는 17개 광물이다. 첨단 무기뿐 아니라 아이폰, 전기자동차의 모터, 풍력발전용 터빈 등에 널리 쓰인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중남미에서 먼로주의를 되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먼로주의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밝힌 외교 방침이다. 왕이 국무위원은 전날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 중남미는 개발도상국으로서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번영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중국이 중남미를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냉전 사고”라고 비난했다. 그는 “먼로주의를 되살리는 것은 역사의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