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건조한 편인 박혜연(30)씨는 가방 속에 늘 미스트를 넣고 다닌다. 건조한 가을부터 봄까지는 물론이고 더운 여름에도 박씨에게 미스트는 필수품이다. 박씨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에어컨 때문에 겨울철 못잖게 건조하다. 피부가 당기는 게 불편해서라도 미스트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도 미스트를 필수품처럼 쓰는 소비자들이 적잖다. 국민컨슈머리포트가 여름철에도 어느덧 필수품이 된 ‘미스트’를 평가했다.
유통 경로별 베스트 제품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유통 경로별 베스트셀러를 토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번에도 백화점,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 오픈마켓 11번가로부터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베스트셀러 제품 가운데 1위 제품과 최고가, 최저가 제품이 선정 대상이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2017년 1월 31일자에 미스트를 평가했었다. 2년4개월이 지난 시점에 미스트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유통 경로별 베스트셀러를 받아보니 2017년도와 비교해 베스트셀러가 많이 달라졌다.
백화점은 아모레퍼시픽 ‘모이스춰 바운드스킨에너지 미스트’를 제외하고 완전히 바뀌었다. 올리브영은 아벤느 ‘오 떼르말’, 차앤박 ‘프로폴리스 앰플 미스트’, 오우썸 ‘오가닉 하이드레이팅 더블미스트’는 그대로였다(순위만 일부 변동). 11번가 베스트셀러는 5개 제품 모두 바뀌었다.
미스트는 캔 타입과 펌프 타입으로 나뉘는데, 용기와 일체형인 캔 타입 제품은 블라인드 테스트가 어려워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리브영 1, 2위 제품(아벤느, 차앤박)은 모두 캔 타입으로 2017년과 베스트셀러 순위도 동일하지만 당시와 마찬가지로 평가에서는 빠졌다.
이런 기준으로 메이크업 포에버 ‘미스트 앤 픽스’(125㎖·3만9000원·백화점 1위), 보타닉힐 보 ‘더마 인텐시브 판테놀 크림 미스트’(120㎖·1만5000원·올리브영 3위), 토니모리 ‘포켓 바니 미스트’(60㎖·4850원·11번가 1위)가 평가 대상에 우선 선정됐다. 최고가인 디올 ‘하이드라 라이프 프레쉬 리바이어 소르베 워터 미스트’(100㎖ 5만4000원)와 최저가인 더페이스샵 ‘알로에 후레쉬 수딩 미스트’(130㎖·5930원)가 추가됐다. 제품 추천은 지난달 20일 기준이다.
미스트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김미선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평가했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같은 모양의 통에 옮겨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미스트 평가는 흡수력, 보습력, 진정감, 지속력 4개 항목에 대해 우선 점수를 매겼다. 각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각 제품의 전성분과 10㎖당 가격을 공개한 뒤 성분과 가성비를 고려해 최종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최고 5점, 최저 1점의 상대평가다.
성분 안전성서 국산 제품, 결정적 우위
미스트 평가에서는 보습력과 진정성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최종평가에서는 성능보다 안전한 성분과 가성비가 순위를 갈랐다. 성분 평가에서 국산 제품 3개가 모두 동일하게 4.0점을 받을 정도로 안전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1~3위에 나란히 국산 제품이 오른 결정적 이유로 풀이된다.
1위는 올리브영 PB 브랜드인 보타닉힐 보 ‘더마 인텐시브 판테놀 크림 미스트’(4.7점)가 차지했다. 이 제품은 피부를 진정시키는 판테놀이 함유된 것으로 주름 개선과 미백 이중 기능성 화장품이다. 성능도 무난하고 성분과 가성비 모두 뛰어나다는 게 평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최윤정씨는 “주름 개선과 미백 기능을 가진 성분이 함유돼 있어서 30대를 훌쩍 넘긴 분들에게도 좋은 미스트”라며 “자극 성분도 적고, 기능 성분이 다양하게 있어서 미스트 하나로 이런저런 피부 개선 효과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잘 맞을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2위에는 더페이스샵 ‘알로에 후레쉬 수딩 미스트’(3.5점)가 올랐다. 1차 종합평가에서는 1.5점으로 최하위였는데 전성분과 가격 공개 후 2위로 뛰어올랐다. 안전성과 가성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정숙 교수는 “지속력이 낮은 게 단점이지만 자주 뿌려주는 제품이므로 안전한 성분 위주로 만들어져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고진영 원장은 “청량감을 줘서 열감을 진정시키기에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토니모리 ‘포켓 바니 미스트’(3.3점)가 2위 제품과 근소한 점수 차로 3위에 올랐다.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로 만들어진 점이 높게 평가됐다. 김정숙 교수는 “흡수가 빨리 되고 끈적임이 없었다”고 했고, 최윤정씨는 “가성비와 사용감에서 좋은 평가를 줄 만하다”고 말했다.
4위는 디올 ‘하이드라 라이프 프레쉬 리바이어 소르베 워터 미스트’(2.0점)였다. 디올 제품은 1차 평가에서 모든 평가자로부터 5.0점을 받아 만점이 나왔다. 보습력(4.5점)과 진정감(3.7점) 항목에서는 각각 최고점수를 받았다. 고진영 원장은 “고르고 부드럽게 분사돼 흘러내림이 거의 없다”며 “메이크업 후에도 보습력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어 건조한 피부에 매우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분과 가격이 결과를 뒤집었다. 김미선 원장은 “보습력과 진정감이 뛰어났지만 성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정숙 교수도 “알레르기를 유발시키고 인체에 해로운 20가지 주의성분이 다른 제품에 비해 많은 편이고 가성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5위는 메이크업 포에버 ‘미스트 앤 픽스’(1.5점)였다. 김정숙 교수는 “흡수력이 약하고 끈적임이 피부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최윤정씨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과 논란이 많은 비에이치티 성분이 함유된 게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