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 고양실버아코디언연주단 연습실 문 밖으로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단원들이 무거운 아코디언을 메고 정성스레 연주를 하고 있다. 양손으로 건반과 베이스를 누르며 벨크로(바람통)를 접었다 폈다 하자 경쾌한 화음이 울려 퍼진다. 젊은 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 나이가 어때서’다.
평균 나이 80세. 1950, 6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그들에게 아코디언은 추억이 담긴 악기다. 어려웠던 시절 어쩌다 동네에 들어온 악극단이나 장터 약장수가 들려줬던 소리다. 실버아코디언연주단은 그 향수를 연주로 풀어낸다.
14년째 연주단을 이끄는 공길남(84) 단장은 은퇴 후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 고민하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했다. 2006년 2월에는 아코디언으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함께 배우던 10명과 봉사단을 조직했다. 그렇게 아코디언 연주 봉사의 삶이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성서3경로당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하얀색 단복과 세련된 모자 차림의 고양실버아코디언연주단이 등장하자 경로당이 들썩인 것이다. ‘덕양구의 실버아이돌’로 불리는 연주단이 ‘청춘을 돌려다오’ ‘목포의 눈물’을 연주하자 경로당 회원 30여명이 어깨를 들썩이며 일어나 함께 춤을 췄다.
연주단은 매달 여섯 번 넘게 병원, 요양원, 경로당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벌써 788회다. 10명으로 시작한 단원은 14명으로 늘었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한 최고참 이상길(86)씨를 비롯해 공직자, 교장, 기업체 임원 등 단원의 이력도 화려하다. 공 단장은 “은퇴 전에는 서로 다른 일을 했지만 아코디언 봉사라는 한마음으로 10년 넘게 마음을 맞췄다. 지금은 단원 모두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라고 자랑했다.
글·사진=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