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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중장년 히키코모리 범죄… 日 “시한폭탄 61만명” 골머리



“아들은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은둔형 외톨이) 성향이고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최근 (흉기 난동으로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와사키 사건을 보면서 아들이 주위에 해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76살의 아버지가 44살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를 내는 아들을 꾸짖다가 싸움으로 커지면서 사달이 났다. 이 사건은 아버지 구마자와 히데아키가 농림수산성 차관까지 지낸 인물이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직업이 없던 아들은 부모 신용카드로 매달 40만엔(약 430만원)가량을 온라인게임을 하는 데 사용했다. 어머니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오랫동안 아들 문제로 고민해 온 노년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흉기로 찔렀다.

최근 일본에선 40, 50대 중장년의 히키코모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됐던 히키코모리는 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그 수가 급증했다. 당시 장기불황으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 젊은이들이 취업을 포기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혔고, 당시 20, 30대였던 히키코모리들은 이제 40, 50대의 중장년이 됐다.

히키코모리가 저지른 범행은 끊이지 않았지만, 지난달 28일 가와사키에서 51세 남성이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은 희생자 규모로는 근래 최악이었다.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남성은 80대의 작은아버지 집에 살던 히키코모리였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 없이 게임과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언론에는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크게 부각되지만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히키코모리 자식을 둔 고령의 부모가 “내가 죽으면 내 자식은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이들을 살해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히키코모리들이 외부와 소통을 못해 굶어죽은 채 발견되기도 한다. 그나마 부모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면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되긴 하지만 목숨은 건지는 셈이 된다.

일본에서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는 ‘8050 문제’라고도 불린다. 부모 세대가 80대의 고령이 되고, 히키코모리 세대가 50대 중장년층이 되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뜻한다. 특히 중장년 히키코모리의 경우 외부와의 단절, 고립 수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일본 정부는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심각해지자 올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동안 히키코모리 조사 대상은 15~39세로 한정됐으나 올해 처음으로 40~64세도 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64세의 중장년 히키코모리는 6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76.6%가 남성이고, 46.7%는 7년 이상 히키코모리 상태였다. 마이니치신문은 구마자와 전 차관 사건을 계기로 중장년 히키코모리를 둔 가족들이 지원단체에 상담하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3일 보도했다.

히키코모리 지원단체들은 극단적 사례만 가지고 히키코모리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은 편견을 부채질할 뿐이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히키코모리 역시 사회가 만든 피해자인 데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에 복귀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KHJ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합회는 “주위로부터 왜 방치했느냐는 질책을 당하면 가족들은 사회의 눈을 무서워해 더욱 고립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2017년부터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탈(脫)히키코모리 센터를 운영하는 등 일부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본 정부에서도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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