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원주 별장 동영상’이 발견된 지 6년 만에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차관에겐 뇌물수수 혐의만 적용했다. 2013, 2014년 두 차례 수사 때처럼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는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 수사 외압 및 ‘윤중천 리스트’ 의혹도 사실상 무혐의 처분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또 불거질 전망이다.
검찰은 4일 수사단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씨를 강간치상 등 혐의로, 김 전 차관을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여성 이모씨를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지인들과 모두 합쳐 세 차례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하는 방식으로 윤씨가 이씨를 심리적으로 억압했고 성폭행 범행도 그 결과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윤씨는 2007년 11월 13일 김 전 차관과 함께 이씨와 성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2012년 10월 내연녀 권모씨를 간통으로 무고한 혐의, 권씨로부터 21억6000여만원을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06년 중반쯤부터 2008년 2월까지 윤씨에게서 현금 1900만원 등 1억3100만원의 금품과 13차례의 성접대를 받은 혐의가 있다. ‘스폰서’인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2003년부터 8년간 법인카드를 받아 2556만원 상당을 결제하고, 차명 휴대전화를 받아 사용하는 등 3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잡아낸 것은 성과로 평가되지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한계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와 함께 2007년 11월 13일 이씨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사진 증거 등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이씨를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었고 윤씨의 지속적인 폭행·협박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윤씨를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하려 했지만 윤씨는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이 성범죄 혐의 적용을 하지 못한 이유로 피해 여성 이씨 진술을 꼽은 점도 비판거리다. 검찰은 “이씨는 ‘윤씨가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해 내 처지를 김 전 차관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에 “김 전 차관은 모를 수가 없다”며 “윤씨가 욕설을 하는 것을 직접 다 들었다. 윤씨와 김 전 차관은 완전히 한 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씨 측은 “이씨가 ‘한 편’인 김 전 차관에게 도와달라 할 수 있겠느냐”며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2013년 검경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윤씨와 유착한 의혹이 있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등 ‘윤중천 리스트’ 인물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는 수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확보된 증거와 허용된 법리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면서 “더 이상 의혹을 남기면 안 되겠다는 각오로 수사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검찰 ‘셀프 수사’의 한계”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문동성 구자창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