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대를 마치고 배치된 곳이 대남방송 웅웅대는 지오피였습니다. 30여명이 깡통막사 두 동에서 살았는데, 한여름에 군고구마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밤새 근무를 섰으니 낮엔 잠도 자고 좀 쉬었으면 했으나 ‘진 상병’이 무시로 불러세우는 통에 군화 밑창 타는 냄새가 날 만큼 정신이 없었지요. 신병은 가만두면 잡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이론이었는데 그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고향이 진주 어디라 했고, 다소 험한 인상에 사투리가 심해 군대 용어 외엔 거의 못 알아들어서 맞기도 했지요. 그땐 그랬습니다. 그가 하도 무서워서 그 아래 예닐곱은 아예 죽었다 치고 살았습니다. 철책 너머에 있다는, 그래서 가끔 넘어도 온다는 적보다 그가 더 끔찍했지요. 그때 군화 밑창에 ‘불이 나게’ 한 그가 지금도 가끔 꿈에 나와서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병만족장’이 나오는 TV 프로가 있지요. 오지에서 살아보는 것인데 거기서 그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을 봅니다. 나무막대를 두 손바닥 사이에 낀 뒤 나무에 대고 빠른 속도로 돌리면 부싯깃(불똥이 박혀 불이 붙도록 바짝 대는 마른풀 같은 것)에 불이 붙지요. 마찰열로 ‘불이 (일어)나게’ 하는 겁니다.
‘부리나케’. ‘서둘러서 아주 급하게’라는 뜻이지요. 발바닥 타는 냄새가 나도록 빨리 움직이거나 불이 일어나도록 나무막대를 빨리 돌리거나 하듯 순간적으로 재빨리 행동하는 것인데, ‘불이 나게’가 변한 말입니다. 번쩍 불이 나도록 동작을 빨리한다는 뜻이지요.
남이 위험에 처하면 내 일같이 재빨리 달려가는 의인들이 있고, 돈만 좀 된다 하면 눈이 멀어 부리나케 달려드는 이들도 있고.
어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