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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북 유화 스탠스는 좋은 전략?… 5명 “YES” 5명 “NO”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이 가장 엇갈린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유화적 스탠스였다.

국민일보가 지난 1∼8일 이메일 인터뷰를 한 미국 전문가 10명 중 5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개인적 신뢰를 표현하면서 북핵 문제를 풀려는 시도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고, 5명은 반대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김 위원장이 대화의 틀을 깨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치켜세우는 것은 올바른 전략”이라고 밝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의 정상들과는 달리 김 위원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례가 없는 일로, 외교적 해법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 위원장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때로는 사실과 다르고, 때로는 참모들의 입장과 정반대인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대북 스탠스는 미국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고 정책적 혼선을 심화시키며 최대 압박 정책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면서 동맹국 간 방위협력을 약화시켰으며 미국의 대북 제재 정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얻으려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온적 대응이 북한의 저강도 추가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도전한 데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그렇지 않고 북한의 도발을 용인하는 자세를 취할 경우 낮은 수위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박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스탠스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대북 접근법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해 800만 달러(약 95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의결했다.

미국 전문가 8명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 비핵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북한 관리들이 ‘한국 또는 미국의 어떠한 인도적 지원도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은 “인도적 지원 규모가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평범한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김 위원장의 마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식량 대신 현금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4명은 인도적 지원이 비핵화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겠지만 남북 관계 진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렉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인도적 지원이 비핵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면서도 “한반도에 보다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닌 석좌도 “인도적 지원이 비핵화 협상에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겠지만 남북, 북·미 관계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과에 상관없이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 의견도 있었다. 빅터 차 석좌는 “이번 지원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한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노력은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한·미정책국장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유엔 기구들을 통해 대북 지원을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말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료품이 제대로 지원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북한 당국의 인도적 지원 물품 전용(專用) 가능성을 의심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원받은 식량과 의료품을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적 지원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제스처”라고 긍정 평가했던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식량과 의료품이 고아원이나 학교, 병원을 비롯해 필요한 곳으로 전달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에선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뚫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전문가 2명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크로닌 석좌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대북 제재로 묶여 있는 원유와 정유 수입 제한 쿼터를 올려주는 것이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농구광인 김 위원장을 위해 미 프로농구(NBA) 스타인 스테픈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를 북한에 보내는 것을 포함한 스포츠·문화 분야까지 북·미 교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추가 제재를 만드는 것보다는 현행 유엔 제재를 엄격히 시행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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