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차기 대선 주자의 나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다음 대선에서는 세대교체를 이뤄내 신선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청년당원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성세대는 ‘민주주의의 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당장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고령의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역사에서 대선 주자의 나이가 논쟁거리가 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사진 왼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오른쪽) 상원의원 모두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이다. 때문에 청년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회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는 데는 젊은 지도자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민주당원들은 차기 대선 주자의 나이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이 다음 세대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 시기로 적절한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 경선 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인물은 올해 76세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38%의 지지율을 얻어 선두를 차지했다. 77세로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도 한 살 많은 샌더스 상원의원은 19%로 뒤를 이었다. 두 사람 중 누구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첫 번째 임기에 팔순을 맞는다. 최연소 주자로 주목받은 37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7%에 그쳤다.
42년 동안 민주당원으로 활동해온 로니 워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곤경에 처해 있다. 내가 평생에 걸쳐 이뤄온 것들이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며 “젊은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들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워너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역 선거본부에서 활동하는 등 그동안 젊은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당원들의 세대교체론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은 성공적 세대교체를 통해 대선 승리를 거머쥔 경험이 많다.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역대 미국 대선을 통틀어도 민주당 후보의 연령대는 대체적으로 공화당 후보보다 낮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 이래 60세를 넘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전무하다.
특히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젊은 민주당원들이 대거 의석을 얻으면서 세대교체는 이미 현재진행형이 됐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의원 중 40세 미만은 24명으로 2016년 선거 때보다 4배나 늘었다. 29세 여성 초선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진보적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청년층의 투표 성향이 진보적, 급진적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