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이 또 통했다. 실사 뮤지컬 영화 ‘알라딘’이 이례적인 흥행 역주행을 펼치고 있는 것. 흥이 넘치는 한국 관객의 취향에 완벽하게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불안했다. 동명의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 큰 기대를 모았던 ‘알라딘’은 지난달 23일 개봉 당시 ‘악인전’에 이은 2위로 출발했다가 가까스로 1위에 올라섰다. 그러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지난달 30일 개봉하자 또다시 정상에서 밀려났다.
예매율이 재반등하기 시작한 건 개봉 3주차부터였다. 나이, 성별, 세대를 불문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이 급상승했다. 디즈니의 또 다른 기대작 ‘토이 스토리4’가 출격하면 ‘알라딘’의 순위는 자연스럽게 밀려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이 또한 빗나갔다. 개봉일인 20일 단 하루만 1위를 내줬다가 다시 정상을 꿰찼다. 이 같은 역주행 추이는 지난해 기록적 흥행을 이뤄낸 ‘보헤미안 랩소디’(2018)와 판박이다.
‘알라딘’에는 여러 흥행 요소가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백인 위주의 캐스팅을 지양해 성공적인 실사화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1992년 개봉한 원작 애니메이션을 즐겼던 20~30대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스민 공주 캐릭터에 주체성이 부여된 점도 주효했다.
가장 강력한 흥행 동력은 음악이었다. 훌륭한 OST 라인업을 갖춘 ‘알라딘’은 누구나 흥겹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주제곡 ‘어 홀 뉴 월드’를 비롯해 지니의 등장곡 ‘아라비안 나이트’, 자스민이 포효하듯 부르는 ‘스피치리스’ 등이 두루 사랑을 받았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관람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이 이뤄져 큰 호응을 얻었다. 더욱이 이번엔 의자가 움직이는 4DX관에서 진행되는 ‘댄스어롱’ 상영까지 마련됐다. 이제는 영화를 보면서 춤까지 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라딘’이 바꿔놓은 극장가 풍경이다.
지난 11일 이벤트성으로 처음 개최된 댄스어롱 상영회는 14~16일 CGV 4DX 5개관에서 열렸다. CGV 관계자는 “좌석 98%가 다 찼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좀 더 진행했으면 좋겠으나 연장 계획은 없다. 디즈니 측에 가사 자막을 요청했는데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의자의 움직임에 따라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이게 되는데, 특히 양탄자를 타고 도망치는 장면에서 4DX 효과가 극대화돼 실제로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상영관 분위기는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