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머레이… “난 죽지 않았다”

앤디 머레이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퀸즈클럽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피버-트리 챔피언십 남자 복식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월 수술 직후 병상에 누워 있는 머레이의 모습. 앤디 머레이 인스타그램 캡처


남자 테니스 ‘빅4’로 꼽혔던 앤디 머레이(32·영국)는 지난 1월 호주 오픈을 앞두고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하던 그는 “윔블던을 은퇴 무대로 삼으면 좋지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결국 호주 오픈 1라운드에서 패한 후 같은 달 수술대 위에 올랐다.

이후 코트로 돌아온 머레이가 5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펠리시아노 로페즈와 짝을 이룬 머레이는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퀸즈클럽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피버-트리 챔피언십 남자 복식 결승에서 조 살리스베리와 라지브 램을 2대 1(7-6<8-6> 5-7 10-5)로 꺾고 우승했다. 단식이 아닌 복식이지만 계속 라켓을 잡을 수 있을지조차 몰랐던 것을 감안하면 기적과 같은 결과였다.

만 18세이던 2005년 프로로 전향한 머레이는 이듬해 SAP 오픈에서 처음으로 남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앤디 로딕, 결승에선 레이튼 휴이트를 꺾으며 전 세계랭킹 1위 선수를 모두 물리쳤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에 이어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첫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이듬해에는 자국에서 열린 윔블던마저 제패했다. 영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08년 이후 처음이었고, 윔블던을 제패한 것도 1936년 이후 처음이었다.

2016년에만 윔블던을 포함해 ATP 투어에서 9개의 타이틀을 획득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로 한해를 마무리해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과 함께 명실상부한 테니스 빅4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길고 긴 부상이 시작됐다. 두바이 듀티프리챔피언십을 제외하곤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윔블던은 통증으로 8강에서 패했고 US오픈은 출전을 포기했다. 2017년 8월 둘째주까지 1위를 유지했던 남자단식 순위는 지난해 7월 839위로 급전직하했다. 현재는 214위다.

머레이는 이날 우승 후 “이번 우승은 수많은 단식 우승과 비교할 때 매우 특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공적인 복식 데뷔로 단식 복귀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일단 다음 달 개막하는 윔블던에서는 피에르 위그 에르베르와 짝을 이뤄 복식에만 출전키로 했다. 머레이는 “더 이상의 통증 없이 경기하고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계속 나아지면 단식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