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로 보였던 LA 다저스 류현진(32)의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초반 잠시 주춤하던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슈어저(35)가 이달 들어 괴물 모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슈어저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8이닝 10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쾌투를 펼쳤다. 팀이 6대 1로 승리하며 슈어저는 평균자책점을 2.52로 내리는 동시에 7승(5패)째를 챙겼다.
슈어저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인 2013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워싱턴으로 이적한 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NL 사이영상을 수상한 현역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2.53에 NL 최다인 220⅔이닝과 18승(7패), 300탈삼진을 기록하며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에 이어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2013년 이후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런 슈어저는 올 시즌 초 의외의 부진을 겪었다. 첫 다섯 번의 등판에서 1승 3패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4.45나 됐다. 노쇠화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슈어저는 이후 제자리를 찾아갔다. 지난달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7로 본실력을 보이더니 이달은 ‘5월의 투수’로 꼽힌 류현진에 뒤지지 않는 완벽투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슈어저의 이달 성적은 5전 5승 평균자책점 0.97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아직 류현진(1.27)과 차이가 크지만 승수는 단 2승차고 이닝은 이미 114⅓회나 소화해 류현진(99이닝)을 크게 앞선다.
물론 아직은 류현진이 우위라는 게 중론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26일 “35명의 MLB닷컴 소속기자들이 사이영상 모의 투표를 진행했는데 류현진이 몰표에 가까운 27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슈어저의 완벽투가 이어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9일 슈어저에게 유리한 수치를 근거로 “슈어저가 사이영상 수상자가 돼야한다”고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주장을 더 이상 흘려버릴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류현진에게는 29일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56로 극도의 부진을 보여왔다. 호투할 경우 사이영상 논란에 쐐기를 박겠지만 쿠어스필드 징크스를 깨지 못하면 슈어저와의 경쟁은 안개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