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사진) 특별검사가 다음 달 17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한다.
뮬러 특검의 하원 증언은 2020년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뮬러의 증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트럼프 탄핵’ 주장을 다시 불붙게 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미 하원의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과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뮬러 특검이 다음 달 17일 법사위와 정보위 공개회의에 각각 참석해 연이어 증언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뉴스 속보로 뮬러 특검의 증언 소식을 전했다.
내들러 위원장과 시프 위원장은 뮬러 특검에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민주당 소속 두 위원장은 소환장과 함께 뮬러 특검에게 공동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 국민들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그 결론에 대해 당신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두 위원장은 의회 증언을 꺼렸던 뮬러 특검을 두 달 이상 설득했다. 두 위원장이 소환장 발부라는 초강수를 두자 뮬러 특검이 의회 증언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통령 괴롭히기(Presidential Harassment)’라는 두 단어 글을 올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특검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법 방해’ 의혹까지 더해졌다.
뮬러 특검팀은 지난 3월 22일, 22개월 동안의 마라톤수사를 종결하며 448쪽 분량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뮬러 특검은 러시아와의 공모·내통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그러나 사법 방해 의혹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결론내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 내리며 정치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수사를 이끌며 은둔했던 뮬러 특검은 지난 5월 29일 딱 한 번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기소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소 권한이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는 뮬러 특검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에 ‘정쟁 2라운드’가 열렸다.
뮬러 특검이 하원 청문회에서 메가톤급 폭로를 내놓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선 도전의 꿈이 물거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탄핵’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FBI 국장을 12년이나 했던 노련한 뮬러 특검이 곤란한 질문을 피해가며 김빠진 증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뮬러 특검은 5월 기자회견 당시 의회에서 증언하더라도 수사 보고서 이상의 것을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뮬러 특검이 러시아와의 공모·내통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줬을 때 민주당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분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의 증언이 ‘초대형 이벤트’라는 데 이견은 없다. NYT는 “꼭 봐야 하는 청문회”라고 전했고, AP통신은 “수년 만에 가장 기대가 큰 청문회”라고 평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