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교환한 친서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언급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있었을 수도 있다(Maybe there was)”는 모호한 답변으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어느 시점에 우리는 그것(3차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관계에 대한 낙관론을 재차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시점’이라고 표현한 것은 3차 북·미 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3차 회담 개최를 위해선 북·미 실무협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급하게 3차 북·미 회담을 추진하기보다는 실무협상 등을 통해 이견을 좁힌 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의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이었던 지난 12일에도 “언젠가는 여러분도 친서 안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가 될 수도 있고, 2주 뒤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의 친서 전달 루트도 여전히 베일 속에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29∼30일에 이어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북·미 대화 재개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구애하는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내놓을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 때 판문점 인근 초소를 찾을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한·미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찾았던 오울렛 초소와 콜리어 초소를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쌍안경으로 북한의 마을을 살펴볼 수 있다. DMZ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모두 오울렛 초소를 찾았다. 오울렛 초소는 6·25전쟁 때 공을 세우고 전사한 고(故) 조셉 오울렛 일병의 이름을 땄다. 레이건 대통령이 찾은 적이 있는 콜리어 초소는 판문점 인근에 있다. 콜리어 초소와 오울렛 초소는 과거 미군이 관할해 ‘인계철선’ 역할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상헌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