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칠칠맞다고요? 칠칠맞지 못한 겁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저 칠칠한 사람을 봤나.” “콧물 좀 닦아라, 이 녀석아. 칠칠맞게 그게 뭐냐.”

성질이나 일 처리가 똑 부러지지 못한 사람에게 ‘칠칠하다’ ‘칠칠맞다’고 하는 이들을 봅니다. 하는 짓이 반듯하고 야무지지 못하다는 뜻의 표현이겠는데, 거꾸로 말하는 것입니다. ‘칠칠하다’는 나무나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는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그녀의 검고 칠칠한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몇 년 전 큰불이 난 저 산은 세월이 지나면서 나무들이 칠칠하고 무성하게 자랐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또 ‘봄비가 한 번 내리고 나면 산과 들의 온갖 나물들은 금세 칠칠하게 자란다’같이 말하지요.

칠칠하다는 또 주접(옷차림이나 몸치레가 초라하고 너절함)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는 의미도 가진 말입니다. ‘않다’나 ‘못하다’와 함께 쓰이면 ‘녀석은 만날 칠칠치 못한 꼴로 학교에 오곤 해서 놀림도 많이 받았다’ 같은 말이 됩니다.

어디 빠질 게 없는 이 칠칠하다, 칠칠맞다가 이렇듯 별 볼 일 없다는 뜻으로 잘못 쓰이는 것은 아마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칠푼이’ 같은 ‘칠’의 어감이 겹쳐져서 그런 게 아닐까요. 길고 미끈하며 막힘없이 깨끗하고 시원스러운 ‘훤칠’, 키나 몸집 따위가 보기 좋게 어울리도록 큰 ‘헌칠’의 ‘칠’도 있는데….

어릴 적, 행동이 굼뜬 데다 어수룩해서 칠칠하다고(칠칠하지 못하다고) 놀림 받던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교장선생님입니다. 보고 배운 게 적어 미숙할 때야 칠칠치 못하다는 소리 들을 수 있지요. 하지만 모릅니다. 커 봐야 압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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