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7’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전광판의 처참한 스코어가 확정됐다. 관중석에서 울음이 터졌다. 방송 카메라는 승자의 환호보다 패자의 눈물을 비추기에 바빴다. 월드컵을 5차례 정복한 최다 우승국은 무의미한 타이틀이 됐다. 2014년 7월 8일 브라질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독일에 우승길을 열어주고 월드컵 4강에서 대패하고 탈락한 브라질 축구대표팀 얘기다.
브라질은 이후 세계 축구계에서 제왕적 지위를 상실했다. 4년 후 열린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은 8강까지 진출하는데 그쳤다. 웬만한 국제대회에서 빠짐없이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강자지만, 상대를 겁먹게 만들 정도의 위압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브라질은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꾸준한 변화를 모색해왔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수비 강화다. 5년 전 4강전 7실점의 충격은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도 허약한 수비로는 우승까지 질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후 실패의 원인을 꾸준히 교정해왔다. 비록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도중 하차하긴 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포백 수비라인을 완성하고 있다.
그 결실을 2019 코파아메리카에서 거두고 있다. 다니엘 알베스, 티아구 실바, 마르퀴뇨스(이상 파리 생제르맹), 필리페 루이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브라질의 포백라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공격진이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네 명 합계 130세. 평균 연령은 32.5세다. 25세인 마르퀴뇨스를 빼면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다. 노쇠했다는 조롱은 조별리그 3경기 만에 경의로 바뀌었다. 실바와 마르퀴뇨스가 가로막은 중앙은 그야말로 ‘철벽’으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 185㎝를 밑도는 신장의 열세를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으로 만회하고 있다.
오른쪽 풀백 알베스는 적의 진격을 차단하면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 진영까지 흔들어놓는다. 페루를 5대 0으로 격파할 때 대승을 확정한 후반 8분 네 번째 골의 주인공은 알베스였다. 이들 세 수비수는 같은 클럽 팀에서 호흡을 맞춰와 한치의 오차 없는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을 틀어막은 루이스도 빈틈을 드러내지 않는다.
브라질은 부동의 ‘에이스’ 네이마르 없이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코파아메리카 최다(15회) 우승국 우루과이,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벌일 우승경쟁에서 브라질을 지탱하는 것은 든든한 포백라인이다. 브라질은 28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레 아레나 두 그레미우에서 파라과이를 상대로 8강전을 갖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