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전쟁의 휴전이냐 확전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 최선이고, 25% 관세를 부과하면 최악이다. 관세 10%를 부과하고 계속 대치상태를 이어갈 수도 있다.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오사카에서 시 주석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벤트다. 벌써부터 회담을 둘러싸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는 내용의 발표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잠정합의에는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며 향후 협상 데드라인은 6개월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은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 응하는 대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잠정합의를 번복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에 10%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우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는 어쩌면 25%가 아니라 10%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대중국 플랜B는 한 달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그들과 점점 더 적게 거래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자국 통화를 탁구공처럼 평가절하한다”며 위안화 절하 문제도 거론했다.
현재로선 미·중 정상이 ‘관세 부과 유보’라는 휴전을 하거나 낮은 수준의 관세 부과로 타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25% 관세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우려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중 양국이 상호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까지 1조2000억 달러(약 1388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추가 관세로 인해 경제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로 대만과 베트남, 한국 등이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사슬 교란과 미국·중국의 수요 위축 등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한국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GDP 타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국가로 지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 GDP의 0.8%가 미·중 무역전쟁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은 3.9%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1.3%, 대만 1.7%,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각 0.8%, 칠레가 0.5%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무역전쟁에 노출된 국가들은 수출 감소뿐 아니라 자본지출, 제조업계 고용도 타격을 받는다”며 노출도가 높은 10개국 가운데 8개국은 자본지출 증가율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