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20일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정체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 재개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 주목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일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 주석과 40분간 회담을 하고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받았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부 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은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의견을 시 주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설명을 듣고 “김 위원장과의 회담, 그리고 북·미 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도 “북·미의 3차 대화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한·중 대화 프로세스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시 주석은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중국은 양국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진하고, 한반도와 이 지역 평화 안전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 진전이 가속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 추가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등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종료 직후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방북 내용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하고, 향후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중국 측은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국무원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 쿵쉬안유 주일 중국대사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번이 5번째이며,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만남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재일동포들을 격려했다.
오사카=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