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쇼맨십 리더십이 역사적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것처럼 파격적인 행보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제안에 화답하는 케미스트리(궁합)를 보여주면서 ‘세기의 이벤트’가 성사됐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파격과 반전이 빚어낸 한 편의 스토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성과 뚝심은 극적 효과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치적 제안을 던졌고, 트위터가 그 수단으로 활용됐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한국 방문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가능성을 흘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군불을 떼다가도 “이번에는 만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발 빼는 스탠스를 반복하면서 전 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다가 한국을 찾는 29일 트위터에 전격적으로 “(DMZ 회동은)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라며 “나는 (분단의) 경계인 DMZ에서 그(김 위원장)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DMZ 회동 가능성이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동 제안은 핵심 참모의 허를 찌른 전격적인 결정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성을 좋아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보고 DMZ 회동 제안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동 제안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된 작품이라는 반론도 있다.
DMZ 회동이라는 역사적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연은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제안을 과감히 수용했다. 두 정상의 신뢰는 드라마의 ‘브로맨스’처럼 이미지메이킹되는 측면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미 대화에서 두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접근법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도 두 정상이 주도적으로 풀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를 해결한 것도 두 정상의 직거래였다. 두 정상의 신뢰로 4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 시간에 워싱턴에서 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내년에 실시될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DMZ 회동을 활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긴장이 흐르는 남북 분단의 현장에서 아무리 짧더라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전대미문의 장면 연출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외교 치적으로 북핵 카드를 활용할 수 있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 ‘피스메이커’ 이미지를 구축할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이벤트라는 분석이다. 실제 CNN방송과 MSNBC 등 미국 언론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DMZ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득만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선 인권을 압박하는 독재자와 악수하면서 정통성을 부여해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거대한 쇼’를 펼쳤지만 또 ‘빈 손’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