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8번 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하루 전의 부진을 만회한 박인비(31), 마지막 5개 홀에서 무려 5타를 줄인 재미동포 대니얼 강(27)이 ‘골프천재’ 김효주(24)와 함께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하루 내내 1~2타 차이로 선두가 수차례 뒤바뀐 리더보드는 이제 세 선수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리고 마지막 조의 박성현(26)을 기다렸다. 18번 홀의 기준 타수는 5타. 박성현의 17번 홀까지 중간 합계는 17언더파였다. 박성현이 연장전으로 넘어가지 않고 우승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버디로 끝내야 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역시 박성현은 남달랐다. 자칫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박빙의 승부에서 샷은 대담했고 퍼팅은 침착했다. 박성현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위로 보낸 뒤 홀컵으로부터 약 10m 거리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를 50㎝ 앞까지 붙였다. 이어 마지막 타로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냈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 박성현은 과장된 몸짓의 세리머니가 아닌 특유의 담담한 미소로 갤러리에게 인사했다.
박성현은 1일(한국시간) 아칸소주 로저스 피너클 컨트리클럽(파71·6106야드)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195타. 공동 2위를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박성현의 올 시즌 초반은 다소 굴곡이 있었다.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HSBC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밟은 뒤 3개월여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끝난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시즌 2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고, 지난 4월 고진영(24)에게 내줬던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했다.
박성현은 경기를 마친 뒤 “18번 홀에 나서면서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어머니와 저녁식사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랭킹 1위로 복귀한데 대해 “부담감이 크긴 하지만 1위는 좋은 일이다. 항상 같은 플레이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7개 대회에서 8승을 합작했다. 박인비는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통산 상금 1500만 달러를 돌파(1513만6133달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