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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율·전기차도 겨냥 우려… 업계 “대체재 가능” 내심 긴장



일본 정부가 반도체 이외의 핵심 소재로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 소재를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는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 전기차 배터리 등 반도체 외의 분야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해당 분야도 일본 기업 부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일본은 다양한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다. 배터리의 리튬이온 2차전지 소재나 화학 분야의 판(pan)계 탄소섬유 등에서 일본은 50~99%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동력원인 리튬이온전지는 일본산을 수입하는 국가 중 규모로는 한국이 3위였다. 2018년 수입 규모만 1억1544만3000달러(약 1347억원)였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일본 수출 규제 대상 소재·부품이 추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레지스트가 규제 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집적회로 재료)도 약 34%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대일본 수입 품목으로 따지면 12번째로 많았다.

탁승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실리콘 웨이퍼 역시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에칭가스, 리지스트에 비해서는 덜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실리콘 웨이퍼는 SK실트론에서 제조하는 물량이 20%정도 되며 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량을 오래 보존할 수도 있어 공정 차질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구체적으로 산업계 전반의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여전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핵심 소재·장비·부품 공급 안정성과 기술역량 확충 등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당장 필요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일본 수입량이 많은 소재·부품이라 하더라도 국내 생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업체에서 대체재 구매가 가능하기도 하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척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일본산 이미지센서의 품질이 뛰어났지만 요즘엔 다른 업체들과기술격차가없다”며 “일본제품수입이 어려워지면 대만 등에서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고전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모터는 자체 개발을 했고, 배터리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주행차의 센서에 쓰이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소재 조달의 일정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입 다변화가 가능하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일본 기업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 공정의 차질이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산 반도체를 쓰는 해외 업체들도 물량 부족, 단가 상승의 피해를 입거나 일본 해외 공장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슬 임세정 이종선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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