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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으로 돌아온 불멸의 스타들 ‘잠들지 못하는 고통’

2012년 미국의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래퍼 투팍의 홀로그램 특별공연(위쪽)과 2014년 빌보드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특별공연은 세상을 뜬 팝스타들의 홀로그램 콘서트 열풍을 일으키는 출발점이 됐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엔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만들어져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진=게티이미지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내년이면 무대에서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휴스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홀로그램 콘서트를 통해서다.

홀로그램(Hologram)은 두 개의 빛이 만났을 때 서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간섭 효과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3차원 입체 이미지다. 다만 현재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무대 위에 설치한 투명 스크린에 반사된 영상을 본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완벽한 홀로그래피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달구는 홀로그램 콘서트는 죽은 스타들의 생전 동영상들을 활용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캡처한 뒤 반복 작업해 입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에 대역 배우의 움직임을 캡처한 것과 섞은 뒤 컴퓨터로 다시 작업한 영상을 무대 위 투명 스크린에 쏘면 생전 모습 그대로 스타가 등장한다. 과거엔 기술 부족으로 홀로그램 이미지가 유령처럼 떠있는 듯했지만 점점 기술이 발전해 퍽 사실적으로 보인다.

죽은 스타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2012년 미국의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래퍼 투팍의 홀로그램 특별공연이 출발점이다. 1996년 총에 맞아 사망한 투팍이 살아 있는 닥터 드레, 스눕독과 노래하는 모습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이어 2009년 타계한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특별공연이 2014년 미국 빌보드 시상식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면서 홀로그램 콘서트는 상업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라이브 연주에 프랭크 시나트라나 냇킹 콜 등 사망한 스타들의 영상을 단순하게 합친 콘서트만으로도 성공을 거뒀던 만큼 죽은 스타들을 살아 있는 것처럼 등장시킨다면 더욱 인기를 끌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기술을 가진 회사들은 사망한 스타들의 초상권과 저작권 등을 가진 가족 및 재단과 앞다퉈 접촉해 홀로그램 콘서트를 추진하고 있다. 로이 오비슨, 빌리 할리데이, 버디 홀리 등 세상을 떠난 지 수십년이 지난 전설적 가수들의 홀로그램 콘서트 투어가 앞다퉈 열리고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도 올해 홀로그램 콘서트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록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홀로그램 콘서트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엔 클래식 음악계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만들어져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조안 서덜랜드 등 타계한 다른 스타 성악가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홀로그램 콘서트가 인기를 끌고 확산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며 ‘유령 노예’라고 비판한 내용이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도된 뒤부터 본격화됐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2012년 투팍 콘서트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초반 논란의 주제는 스타의 초상권과 저작권 등을 둘러싼 수익 문제였다. 메릴린 먼로의 초상권을 놓고 홀로그램 회사인 디지콘미디어와 먼로재단 사이에 일어난 소송이 대표적이다. 당시 재판부는 “뉴욕주의 초상권 소멸 기간이 50년이 지난 만큼 타계 후 50년이 지난 먼로의 초상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디지콘미디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먼로재단이 연방상표법을 들어 먼로의 트레이드마크인 제스처와 포즈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홀로그램 콘서트 추진은 중단된 상태다.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이후 투팍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투어를 진행하지 못한 것도 이런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후론 수익 문제 외에 윤리적 문제도 제기됐다. 오래 전 죽은 스타와 현재 관객의 유대관계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예전의 공연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죽은 스타가 과연 홀로그램으로 부활하는 것을 원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2014년 타계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이런 걱정 때문에 사망 전에 그의 이미지를 2039년까지 새로운 영화에 삽입할 수 없고, 홀로그램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타계한 지 10년도 안된 휴스턴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둘러싼 가족들의 싸움은 죽은 스타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유령 노예’ 논란을 촉발시켰다. 휴스턴의 재산은 딸이 2015년 약물중독으로 세상을 뜨면서 모친과 두 오빠에게 돌아갔다. 이들 3명 가족의 동의에 따라 휴스턴의 매니저이자 큰오빠 부인인 팻 휴스턴이 유산 집행인이 됐다.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팻 휴스턴은 지난해 시누이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데 이어 홀로그램 콘서트 투어를 기획했다. 이에 휴스턴의 사촌과 조카 등 일부 친척들은 돈벌이를 위해 휴스턴을 무차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휴스턴의 일부 팬들 역시 휴스턴이 세상을 뜬 뒤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잡지 ‘패스트 컴퍼니’는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홀로그램 콘서트 혁명이 진행 중”이라면서 “세상을 떠난 팝스타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도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업 전망이 밝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유명 스타가 타계한 이후에도 얼마든지 연예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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