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은 ‘꽃 중의 군자’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1017∼1073)가 애련설(愛蓮設)에서 연꽃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때 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지만 줄기는 곧고 이리저리 가지 치지 않고 넝쿨 지어 뒤엉키지 아니하고 멀수록 향기가 더욱 맑고 가까울수록 바르고 깨끗하여 멀리서 바라보아도 좋고 가까이하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초여름 연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충남 부여다. 활짝 핀 연꽃은 선화공주의 해맑음을, 초록의 늠름한 잎은 서동의 넓은 가슴을 닮았다. 그곳이 궁남지다.
삼국사기는 ‘백제 무왕 35년(634년)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을 상징한 것’이라고 기록했다. 섬에는 포룡정이 자리잡고 있다.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정원이다. 현재 연못은 1967년에 복원한 것이다. 궁남지의 하이라이트는 일몰부터 조명이 켜지는 밤까지다. 하나 둘씩 켜지는 야간 조명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서동은 백제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다. 마를 캐어 팔아 생활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서동이 신라로 갔다. 그가 신라의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부르게 한 노래가 퍼지자 공주가 귀양을 가게 됐고 이후 둘은 결혼하게 된다.
부여에서 ‘사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임천면에 자리한 성흥산성이다. 백마강이 부소산을 끼고 돌아 남쪽으로 ‘S’자로 휘감아도는 중심에 솟아 있다. 동네 뒷산처럼 야트막하지만 서해에서 백마강을 거슬러 사비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바닷길을 감시하는 데는 그만이다.
여기에 ‘사랑나무’가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높이 20m, 몸통 둘레 5m에 이르는 거목은 겨울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름에도 푸르른 생기로 여행객을 맞는다. 드라마 ‘서동요’ 방영 후 서동과 선화공주가 이곳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해서 이름을 얻으면서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연인들은 붉게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이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느티나무 아래에 서면 임천면 일대는 물론이고 논산, 강경, 익산, 서천 일대의 경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서동요 테마파크는 충화면 가화리 가화저수지 주변의 위치해 있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극화한 드라마 세트장이다. 33만 여㎡에 조성된 서동요 세트장에 태학사와 백제·신라 왕궁, 왕비 처소 등이 있다.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달의 연인, 육룡이나르샤, 구르미그린달빛 등 다양한 드라마가 촬영됐다.
정병희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위대한 금강역사여행의 중심지인 부여는 역사, 체험, 쉼 등 다양한 테마여행이 가능한 곳”이라며 “부여 서동연꽃축제를 찾는다면 수려했던 백제문화의 정수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여행메모
5∼7일 궁남지에서 ‘부여 서동연꽃축제’
부소산성·낙화암·왕릉원… 볼거리 다양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가면 경부고속도로 천안분기점에서 논산천안고속도로와 서천공주고속도로를 거쳐 부여나들목에서 나간다. 부여 읍내 부소산성 앞 관북리 유적 주변에 먹거리촌이 형성돼 있다. 숙소로는 부여읍 쌍북리에 백제관광호텔이 있고, 규암면 합정리엔 부여롯데리조트가 있다.
부소산성, 낙화암, 정림사지오층석탑, 백제왕릉원, 백제문화단지, 국립부여박물관, 능산리 고분군 등 둘러볼 곳도 많다.
궁남지에서 5일부터 7일까지 ‘궁남지 사랑, 연꽃의 빛을 발하다’를 주제로 ‘제17회 부여 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이어 7월말까지 매주 주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www.부여서동연꽃축제.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는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사비성, 백제역사문화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테마파크, 아울렛,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다.
부여=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