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너무 꺾지 말고 정면 보고 쳐.” “팔꿈치 드는 연습이 돼야 스매싱이 된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평중학교 강당에선 30여명의 1학년 학생들이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셔틀콕을 연신 공중으로 올려 보내고 있었다. 4개로 나뉜 코트에선 코트별로 랠리를 하거나 서비스 연습을 하도록 나눈 후 서로 돌아가며 다른 연습을 하도록 했다. 일정한 랠리 횟수에 미달하면 자발적으로 팔굽혀펴기나 버피테스트(유산소 근력운동)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45분간의 첫 번째 수업시간에 연습을 한 후 두 번째 수업시간에는 4명씩 조를 이뤄 복식 경기를 진행했다.
강당 옆 실내에선 탁구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심판과 선수로 역할을 나눠 경기를 펼치고 그 결과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경기가 끝나면 노트북 엑셀 파일에 저장된 대진표를 보고 자신이 경기하지 않은 학생을 찾아 다음 경기를 진행했다. 시합 도중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플라스틱 컵을 쌓아 서브로 무너뜨리는 시합도 펼쳤다. 같은 시각 옆 교실에선 유도 수업이 이뤄지고, 실외 농구코트와 운동장에선 농구와 축구 수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보평중은 학생 선택 중심 체육과정으로 학생들이 체육을 보다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이 전체 5종목 중 2종목을 고른 후 1년 간 해당 종목을 습득한다. 체육 교사들은 보평중 신입생을 상대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체육 수업 시스템과 각 종목을 소개하고 학생들은 이를 보고 종목을 선택한다. 수업은 매주 체육 시간 3시간과 학교스포츠클럽 1시간을 묶어 4시간 동안 진행한다. 수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2시간씩 묶는 블록 타임제로 일주일에 2번 수업한다. 학생들이 직접 종목을 선택하고, 해당 종목을 최대 3년간 배울 수 있게 되면서 수업 참여도 및 습득 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학교 내에서 종목별 대회도 치러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쉬는 시간 배드민턴 연습을 하기 위해 강당을 찾은 류하연(15)양은 “길게 하면 3년 연속 같은 종목을 배울 수 있어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배드민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배드민턴과 축구를 선택한 최승윤(15)양도 “축구에 여학생이 별로 없었는데 비슷한 실력의 학생끼리 수업을 받게 하면서 여학생도 많이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에서 4년째 체육을 지도하고 있는 김주연 교사는 “보통 체육 수업은 한 학기에 3종목을 배우는데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따라가기 어렵다”며 “다른 체육 수업에 비해 운동기능이 떨어졌던 아이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3년 말 처음 해당 과정을 도입한 보평중은 학생들의 만족도를 반영해 종목을 바꾸거나 운용 방식을 달리 하며 보다 나은 방식을 고민한다. 지난해까지 무용이 있었으나 올해는 유도로 대체됐다. 학년 초 2종목을 선택해 1년간 하던 방식에서 지난해부터 1학년은 한 학기에 2종목씩, 1년에 4종목(필수 2종목 포함)을 접할 수 있도록 바꿨다. 더 적합한 종목을 찾도록 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또 체육 교사들은 레슨을 받거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도하는 종목의 전문성을 높인다.
종목 습득과 함께 각 종목별로 필요한 기초 체력을 향상시키는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가령 축구의 경우 단거리 달리기를 하고, 배드민턴은 사이드스텝(좌우 일정한 선 사이를 왕복하며 동작을 체크하는 것)을 같이 연습하는 식이다. 그 결과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하위인 4~5등급을 받은 학생 수도 다른 학교 대비 크게 줄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보평중에서 시작된 학생 선택 중심 체육과정은 학교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았다. 운용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경기도교육청 내 19개 학교에서 학생 선택 중심 교과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조완기 보평중 교장은 “음악, 미술, 체육의 경우 학생들이 실제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학생들의 경우 졸업 후에도 해당 종목을 생활체육으로 즐길 수 있도록 충분히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