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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한·일 무역전쟁… ‘일제 불매운동’ 기름 끼얹는다

대학생겨레하나 회원이 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조치에 항의하며 일본 전범 기업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시작된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했지만 승소를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불매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본 업체는 소니, 도시바, 올림푸스 등 전자·카메라 제품부터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와 유니클로, 무인양품, ABC마트 등 SPA 브랜드를 포함해 업종별 품목만 19개, 브랜드로는 66개가 넘는다. 한 누리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경우 일본 업체로 잘못 알려져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과거 국내외에서 벌어졌던 불매운동 선례들을 검토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정치적 요인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3일 “한국에 지사를 두고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브랜드의 태생적 한계로 이해하고 우려스러운 부분들은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은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종종 반복됐다. 업계에서는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영향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 측도 “아직 불매 움직임의 직접적 영향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한·일 관계는 지난해부터 악화돼 왔기 때문에 기존에 예약했던 고객들의 경우 취소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다만 새로운 예약을 망설일 수는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신규 여행자 유입이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수입과 수출에서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1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은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논리를 댔지 안보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면서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경우 수출과 수입에 있어 수량 제한을 금지하는 GATT 11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무역에 있어 장벽을 높이는 조치이기는 하지만 무역을 중단시킨 것은 아니므로 WTO 제소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관까지 나서서 WTO 제소를 언급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한 품목들이 전략물자(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WTO 규범이 아니라 다른 국제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며 “관련 판례가 없으므로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예슬 이종선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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