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 황태자’ 가수 조성모(43)의 부드러운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데뷔 21년 차, 불혹을 넘긴 나이인데도 소년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감미로운 목소리는 전성기 그대로였다. 2000년을 전후해 가요계의 최정상을 달린 그의 복귀 소식은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1998년 데뷔한 조성모는 ‘투 헤븐(To Heaven)’ ‘불멸의 사랑’ ‘포 유어 소울(For your soul)’ ‘다짐’ ‘가시나무’ ‘아시나요’ ‘피아노’ 등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99년에는 KBS, MBC,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에서 모두 대상을 받으며 4관왕을 달성했다. 그랬던 그가 현대기독교음악(CCM) 앨범 ‘땡스(Thanks)’로 돌아왔다. 3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극동방송 카페에서 만나 그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가수 생활을 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 감사했어요. 지금도 별 탈 없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는 게 느껴져요. 콘서트나 새 앨범을 기대한 팬들은 좀 섭섭하실지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저에게 달란트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노래를 올리고 싶었어요.”
새 앨범에는 그에게 깊은 은혜를 주고 생각의 전환점을 갖게 해준 찬양 8곡을 수록했다. 인터뷰에 앞서 극동방송 채플실에서 진행된 음반발매 기념 축하예배에서 그는 ‘나를 향한 주의 사랑’ ‘장미’ ‘야베스의 기도’ 세 곡을 찬양했다. 진심을 담은 찬양이었다.
이번 앨범 제작에는 7~8개월이 걸렸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앨범이 나오기 힘들었던 환경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그는 고백했다.
“‘나는 찬양앨범 내는 것조차 안 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하지만 이 자리에 와 보니 잘 이겨낸 것 같습니다. 찬양받으실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저는 찬양을 하면 하나님과 덩실덩실 춤추는 영상이 눈앞에 보입니다. 그분을 기쁘게 하기 위해 찬양할 때 그분과 더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조성모는 중학생 시절 목회자의 아들이었던 친구의 전도로 교회에 처음 나갔다. 그 친구가 건넨 찬양 테이프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송정미 사모의 앨범 ‘축복송’이었다.
“예수님을 잘 알지 못했는데도 찬양을 들으며 눈물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앨범에 수록된 ‘축복송’ ‘잃어버린 영혼을 위하여’ 등의 가사를 외우며 연습했죠. 가사의 깊은 뜻도 모른 채 저도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송정미 사모처럼) 노래를 불러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 정서가 제 음악의 근간이 된 것 같아요. 가사는 다르지만 제가 부른 발라드곡들도 애절한 분위기를 갖고 있죠. 애틋함과 아쉬움, 그리움 같은 감성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조성모의 목표는 2년에 한 번은 주님께 드릴 찬양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다. 다음 앨범엔 이번에 담지 못한 찬양들을 수록할 예정이다. 리메이크곡이 아닌 직접 쓴 곡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는 꿈도 있다.
그에게 가수 생활 중 언제가 제일 힘들었는지를 물었다. 예배의 자리를 떠났을 때라고 했다.
“슬럼프는 다른 사람의 기대감이나 중압감 때문이 아니었어요. 꿈을 이룬 뒤 예배의 자리를 떠난 다음부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님을 붙잡았으면 더 많은 일을 했을 텐데, 당시엔 기도하고 예배드릴 시간이 없었거든요. 세상의 일이 잘될수록 오히려 제 영혼은 메말라갔죠. 하지만 다시 예배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회복할 수 있었어요.”
조성모는 2010년 배우 구민지와 결혼해 2015년 아들을 얻었다. 아들을 낳고 그동안 깊이 와닿지 않던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30대 초반엔 세상에서 1등 하는 음악만을 고집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매일 국민일보 ‘겨자씨’ ‘가정예배’ ‘큐티’를 읽으며 자신만의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기도 제목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RoA29라는 선교단체에 합류했다. 기독 연예인들과 함께 문화사역을 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힘쓸 예정이다. RoA29 대표 최원준 목사는 조성모를 향해 “이 시대에 필요한, 하나님의 문화사역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