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지를 찾아보고, 휴가 기간에 입을 옷을 사고, 쉬는 시간에 읽을 책을 고르고,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뒹굴대며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정보 중 하나는 ‘여름철 화장법’이다. 휴가 시즌에 메이크업 트렌드는 좀 달라지는 것일까.
7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쨍한’ 느낌으로 경쾌함을 더해주는 메이크업 제품들이 시즌 한정으로 나오기도 한다. 습한 계절이다 보니 화장을 너무 많이 하기보다는 입술이나 뺨에 색감을 입혀주는 게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국민컨슈머리포트는 ‘블러셔’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휴가철 메이크업, 생동감있게
메이크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블러셔는 자연스럽게 활짝 웃고 있을 때 도드라지는 광대뼈에 브러시로 톡톡 발라주면 된다. 입체감을 살려주고 얼굴에 생기를 북돋아 준다. 살며시 색감만 얹어줘도 피부 톤을 바꿔주는 게 블러셔다. 그래서 메이크업 초보자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평가 제품은 백화점, 올리브영, 11번가의 베스트셀러(지난달 23일 기준) 가운데 선정했다. 백화점 베스트셀러는 (크리니크 치크팝, 베네피트 단델리온, 나스 블러쉬, 지방시 프리즘 비사쥬, 로라메르시에 블러쉬 컬러 인퓨전) 순이었다. 올리브영은 (크리니크 치크팝, 투쿨포스쿨 바이로댕 블러셔, 캔메이크 글로우 플로어 치크, 애프리콧 플라워, 3CE 무드레시피 페이스 블러쉬, 페리페라 맑게 물든 벨벳 치크), 11번가는 (토니모리 크리스탈 블러셔, 3CE 무드 레시피 페이스 블러쉬, 더샘 샘물 싱글 블러셔, 더페이스샵 파스텔 쿠션 블러셔, 나스 블러쉬)였다.
유통 채널별 1위와 베스트셀러가 겹친 ‘크리니크 치크팝’(3.5g·3만1000원·올리브영) ‘3CE 무드레시피 페이스 블러쉬’(5.5g·1만7000원·올리브영) ‘나스 블러쉬’(4.8g·3만900원·11번가) ‘토니모리 크리스탈 블러셔’(6g·3780원·11번가)를 우선 선정했다. 단색 제품 가운데 압축 파우더 타입으로 후보를 좁혔다. 최종적으로 ‘베네피트 단델리온’(7g·4만3000원·백화점)을 추가했다.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권현정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같은 모양의 통에 옮겨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색감은 평가자들의 피부색에 맞춰 핑크 톤으로 통일하고, 제품마다 브러시도 따로 사용하도록 했다. 모든 평가는 최고 5점, 최저 1점의 상대평가로 진행됐다.
고급스럽고 가성비도 좋은 3CE가 1위
블러셔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3CE 무드레시피 페이스 블러쉬’(4.0점)다.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가성비 좋은 3CE 제품이 최고점을 얻었다. 3CE 제품은 항목별로 두루두루 좋은 평가를 받아 1차 평가에서는 2위였다. 하지만 가격 공개 후 가성비 측면에서 특히 우수하다는 점이 반영돼 최종 평가에서는 1위로 올라서게 됐다. 항목별로는 모공에 화장품이 끼이는 정도가 다른 제품들보다 덜하다는 점이 가장 높게 평가됐다.
김정숙 교수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가성비도 좋다”며 “무난하게 바를 수 있어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고진영 원장은 “가루 날림이 많지 않고 발색이 고급스럽다. 모공이 넓거나 유분이 많은 피부에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2위는 ‘크리니크 치크팝’(3.5점)이었다. 가장 많은 항목(저자극성·모공끼임·전성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차 평가에서는 1위에 올랐다. 다만 g당 가격이 가장 높다는 점 때문에 최종 평가에서는 2위로 밀렸다. 피부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에 좋은 제품인데 가성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윤정씨는 “피부에 닿는 느낌도 편안하고 발색도 뛰어나고 성분도 좋다”며 “피부를 건강하게 연출해주는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권현정 원장은 “발색이 잘 되고 수채화처럼 농도 조절하기가 쉬워서 초보자들도 시도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진영 원장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돼 모든 피부에 사용이 용이하다고 본다”고 했다.
3위는 ‘베네피트 단델리온’(3.2)점이 차지했다. 밀착력이 뛰어나고 자극이 낮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스러운 펄감이 입체감있는 얼굴을 표현하는 데 좋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정숙 교수는 “발색력이 좋고,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준다”고 했고, 권현정 원장은 “밀착력이 좋고 촉촉하고 무난하다”고 했다.
다만 주의 성분이 일부 함유돼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진영 원장은 “펄감이 자연스럽긴 하지만 다소 굵어서 모공이 두드러지거나 지성인 피부보다는 건성 피부에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4위는 ‘나스 블러쉬’(2.5점)였다. 발색력이 고급스럽고 지속력도 좋지만 성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정숙 교수는 “최근 화장품에서 피하고 있는 성분이 일부 포함돼 있다”며 “잘 펴바르지 않으면 피부에 뭉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권현정 원장은 “색감이 진하지만 브러시를 탈탈 털고 바르면 물들 듯이 발리는 점이 괜찮다”고 했다.
5위는 ‘토니모리 크리스탈 블러셔’(1.8점)였다. 가성비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지만 제품력에서 가성비의 강점을 끌고가지 못 했다. 고진영 원장은 “제품의 펄감이 과해서인지 색감이 잘 표현된다고 느껴지기보다 들떠 보이는 측면이 있다. 블러셔를 한 뒤 피부 결이 거칠어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분도 문제가 됐다. 요즘 화장품들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성분들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윤정씨는 “아주 문제가 되는 성분은 없지만 전성분을 꼼꼼히 살피는 트렌드를 봤을 때 이를 제대로 따르지는 못 하는 제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