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에 ‘빅3’의 시대가 가고 다수 팀에 슈퍼스타 두 명이 모여 우승을 노리는 ‘슈퍼 듀오’의 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한때 ‘어우골(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라는 말이 나오던 NBA는 이제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띠게 됐다.
그동안 올스타급 선수가 모이는 ‘슈퍼팀’하면 빅3 선수들이 주도했다. 2010년대만 해도 마이애미 히트(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제임스,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클레이 톰슨) 등이 빅3를 기반으로 슈퍼팀의 위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이후 빅3가 아닌 빅2가 이합집산해 팀의 시너지를 이끄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선두주자는 2019 NBA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카와이 레너드다. 당초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있는 LA 레이커스에서 빅3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레너드는 6일(한국시간) 4년 1억4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LA 지역 라이벌 클리퍼스를 택했다. 레너드를 품에 안은 클리퍼스는 곧바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폴 조지를 유망주와 다수의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언더독 클리퍼스는 레너드와 조지라는 빅2의 존재감으로 단숨에 차기 시즌 우승후보로 우뚝 섰다.
레너드 영입에 공을 들이다 실패한 레이커스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슈퍼스타 듀오를 보유한 팀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지만 현역 최고의 선수인 제임스와 NBA 최고의 빅맨 데이비스는 팀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데이비스는 제임스의 날카로운 패스를 많은 득점으로 연결할 역량이 뛰어난 선수여서 상대팀으로는 수비하기가 여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긴 리빌딩을 거치고 직전 시즌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브루클린 네츠도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두 명을 영입하며 환골탈태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뛴 3년간 두 번의 챔프전 MVP를 차지한 듀란트와 포인트가드들 중 공격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어빙이 동시에 합류했다. 듀란트가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지만 브루클린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동부 콘퍼런스에 소속된 만큼 어빙 혼자의 힘으로도 팀을 플레이오프권에 올려놓을 수 있다. 듀란트가 합류하는 순간 브루클린은 곧바로 다크호스가 된다.
듀란트를 잃고 톰슨이 수술로 인해 다음 시즌 초중반 결장이 유력한 골든스테이트는 그러나 썩어도 준치일 가능성이 높다. 듀란트가 브루클린으로 이적하자 곧바로 올 시즌 브루클린의 에이스였던 디안젤로 러셀을 영입,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사상 최고의 3점슈터 스테픈 커리를 보유한 만큼 러셀이 있으면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상급 백코트를 형성할 수 있다.
이외에 기존의 강자들도 빅2의 기치 아래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리스 미들턴과 재계약한 밀워키 벅스는 지난 시즌 MVP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존재감으로 동부의 강호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득점왕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의 휴스턴 로키츠는 전력을 거의 보존했다. 데미언 릴라드와 C.J. 맥컬럼 듀오가 건재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센터 하산 화이트사이드를 영입하며 골밑 약점을 보강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