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하루 사이 두 차례나 강진이 발생했다. 곳곳에서 건물이 손상되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고 군부대에도 대피령이 떨어졌다. 20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강진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사망자나 중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로스엔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 등 대도시에서 강한 진동이 감지돼 시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리지크레스트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하루 뒤인 5일 오후 규모 7.1의 강진이 같은 곳을 강타했다. 이 지역은 ‘세계 지진의 수도(the earthquake capital of the world)’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진이 잦지만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첫 지진 발생 후 크고 작은 여진이 4700여 차례 발생했다. 30초에서 1분에 한 번꼴로 여진이 찾아온 셈이다.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는 규모 5.0에 달하는 강한 여진이 세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향후 1주일 안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27% 안팎이라고 밝혔다.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3%로 추산됐다.
하루 사이 강진이 두 차례 닥치면서 수천 가구에 전력 공급과 통신이 끊어지고 건물들이 손상을 입었다. 가스관 파손으로 화재가 발생해 일부 가옥이 불에 타기도 했다. 수도관이 파열돼 식수 공급이 끊긴 지역도 있었다. 진앙지에 인접한 해군 소속 차이나레이크 병기연구소에도 대피령이 내려져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원이 피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나 사망자는 다행히 없었다. 일부 주민이 찰과상과 화상 등 경상을 입었을 뿐이다. 제드 맥로린 리지크레스트 경찰서장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일부 경상자를 제외하면 인명피해는 없다”며 “지진 규모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적은 피해”라고 밝혔다.
진앙에서 200㎞ 넘게 떨어진 LA에서도 고층건물이 30초 넘게 흔들리는 등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주민들은 집안 집기가 흔들리는 모습, 상점에서 물건이 쏟아진 모습 등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디즈니랜드 등 유명 테마파크는 놀이기구 운행을 중단했고 일부 극장도 문을 닫았다. LA 도심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는 5일 지진 발생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다저스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지진으로 관중석이 흔들리면서 일부 관람객이 대피했지만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다.
진동은 모하비사막 너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까지 미쳤다. 당시 라스베이거스 토머스 앤 마크 센터에서 열리던 NBA 서머리그 경기는 장내 전광판과 스피커 등 일부 설비가 파손되면서 중단됐다. 미·멕시코 국경 너머 티후아나에도 지진의 영향이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LA 당국이 지난해 배포한 지진 경보 애플리케이션 ‘셰이크 얼러트 LA’는 두 차례 강진이 발생할 동안 아무런 메시지를 표시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LA 당국은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LA 카운티 내에서 규모 5.0 이상의 진동이 감지됐을 경우에만 경보를 발송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지진은 두 차례 모두 LA 카운티에서는 규모 4.5 안팎에 그쳤기 때문에 경보 발송 요건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