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2019 코파아메리카 우승은 신구의 조화로 조직력을 극대화해 이룬 결실이다.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졸전 이후 5년간 몰락한 왕조 취급을 받았던 브라질은 베테랑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36·파리 생제르맹)의 관록과 신예 공격수 에베르통 소아레스(23·그레미우)의 패기를 앞세워 남미의 제왕적 지위를 되찾았다.

브라질은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페루와 가진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2007년 베네수엘라 대회 이후 12년 만에 통산 9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월드컵 최다(5회) 우승국의 명성이 무색하게 코파아메리카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우루과이(15회)와 아르헨티나(14회)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기복이 있었지만 빈틈은 없었다.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에서 4승 2무 13득점 1실점의 완벽한 전력을 뽐내며 우승했다. 화려한 개인기의 브라질이지만 이번 대회 가장 눈에 띈 것은 막강 수비다. 결승전에서 유일하게 허용한 실점은 전반 44분 페루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35·인테르나시오날)에게 빼앗긴 페널티킥뿐이다. 상대에 필드골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철벽 같은 브라질 수비의 중심을 잡은 선수가 알베스다. 후반전에 교체된 파라과이와 8강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5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완주했다. 포백라인의 오른쪽을 지키면서 때로는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그 활약상을 인정받아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알베스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 통산 4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브라질 바이아, 스페인 세비야·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유벤투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등 명문 클럽과 대표팀에서 리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코파아메리카 등 각종 메이저대회 트로피는 그의 손을 거쳐갔다. 축구 역사에서 가장 많은 타이틀 보유자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우승이 슈퍼스타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가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달성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브라질은 네이마르 위주의 전술을 전개했는데 이번 우승은 또다른 옵션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공격진의 핵으로 부상한 에베르통은 브라질 대표팀의 최대 수확이다. 에베르통은 지난해 브라질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뒤 빛을 보지 못했지만,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이번 대회에서야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볼리비아와 개막전에서 A매치 데뷔골, 페루와 결승전에서 전반 15분 선제골을 포함해 3골을 터뜨려 득점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