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도 재계는 철저히 ‘로키’(low-key·절제된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일본의 조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일본을 도발할 수 있는 강경발언이나 불필요한 대응은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7일 “일본의 전략적 모호성에 굳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일본도 반도체 3개 소재의 수출 규제만 했을 뿐 적극적인 수출 금지를 하진 않았기 때문에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 기조와 맞지 않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를 표했다.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반도체는 칩 생산부터 완제품까지 국가별로 분업화돼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라며 “이 파트너십을 깨뜨리는 일본의 정치는 잘못됐으며 세계 경제위기 등을 유발해 결국 그 영향은 일본 업체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과 동반성장을 잘해왔는데 정치적 이슈에 전략적으로 소모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회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의 차질이 일본 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 TV생산·판매 업체들은 한국 OLED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에서 OLED TV는 연간 20만대가 판매된다.
하지만 재계는 박 회장 발언에 난색을 표했다. 한 경제단체는 “무척 우려스러운 발언”이라며 “국가 대 국가 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련 단체도 “일본을 직접 겨냥한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기업을 보호하는 데 나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대통령이 발언한 ‘대응’이 강경책이 아닌 상황 타개안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 맞대응할수록 또 다른 강수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일본의 조치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자연히 일본 측에 수출 규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단체연합회는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쌓아온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