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여성을 어떻게 그려왔나?

한국영화 100년 기념 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의 전시장 내부 전경.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전시명이 예사롭지 않다.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라니. 여성 캐릭터를 통해 한국영화 100년사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이 전시에는 명확한 기획 의도가 있다. 전시장 초입에 놓인 리플릿에 적힌 설명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과거 남성 중심의 영화 산업 시스템 속에서 남성들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는 남성이 만든 이상적이거나 왜곡된 여성의 재현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고, 주체적이거나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는 어김없이 ‘나쁜 여자’가 되어 처단의 대상이 되거나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혀야 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자신의 의지와 욕망에 충실하고 사회 위선과 억압에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한 여성은 ‘나쁜 여자’ 혹은 ‘이상한 여자’로 그려져 왔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바로 그런 이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 6개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대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여성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서사 원형을 제시한 ‘미몽’(1936·양주남)의 애순(문예봉)과 맹목적 본능을 표출한 ‘충녀’(1972·김기영)의 명자(윤여정) 등이다.

자신의 능력과 힘을 통제하고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는 ‘마녀’(2018·박훈정)의 구자윤(김다미),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변명하지 않고 험담과 음모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아가씨’(2016·박찬욱)의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모성 이데올로기에 도전하고 극복해내는 ‘마더’(2009·봉준호)의 엄마(김혜자)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각 작품과 캐릭터들을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소개한다. ‘친절한 금자씨’(박찬욱·2005)의 금자(이영애)가 출소 후 머물던 방의 이미지를 따온 포토존에서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 이달 말부터는 전시에 소개된 13편의 영화 상영과 함께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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