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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 미워서 이란 핵합의 탈퇴” 영 외교전문 또 유출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혹평한 기밀 외교 보고서가 유출돼 중도 사임한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 파문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작성한 비밀 문건이 추가 폭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이유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깨부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실렸다.

앞서 문제의 외교 전문을 보도했던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대럭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외교적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으로 규정하고 이를 당시 외무장관이던 보리스 존슨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건은 유력 차기 총리 후보인 존슨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에서 만나 핵합의 유지를 촉구하고 귀국한 뒤 작성됐다.

대럭 전 대사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념적인 이유들로 인해 외교적 합의 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의식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적 앙심으로 국제적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대럭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상적인 전략 부재 상태와 대통령 최측근 참모들의 분열 상황도 맹비난했다. 백악관이 핵합의 탈퇴 후 장기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통일된 의견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 뒤’ 전략조차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오늘 아침 미 국무부와의 접촉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유럽·중동의 동맹국이든 합의 당사국이든 함께 문제를 논의할 계획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고서 제출 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핵합의에서 탈퇴할 것이며, 이란 제재를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대럭 전 대사의 전망은 현실화됐다.

기밀 외교 문건 유출 파문은 국가기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 중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하느냐의 해묵은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경찰은 파장이 거세지자 유출된 문건을 보도하는 일은 ‘공직자 비밀 엄수법(Official Secrets Act)’ 위반이라며 언론의 추가 보도를 경고하고, 유출 문건의 정부 반환을 촉구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 측 대변인은 “대럭 전 대사의 문건은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를 막으려고 했다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고, 공익에 관계되는 내용”이라며 언론의 자유 보장을 주장했다. 총리 후보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이번 유출은 미·영 관계를 훼손하고 충직한 대사를 사임토록 했기에 유출 당사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언론이 입수한 문건을 공익적 목적을 갖고 보도하기로 결정했다면 나는 그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에 대해 혹평한 대럭 전 대사의 기밀 외교 전문이 언론에 유출돼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미국 측 패싱 끝에 대럭 전 대사는 끝내 사임했다.

한편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정보 당국이 문건 유출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영국 외무부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가진 공무원으로 전해졌다. 사건 초 제기됐던 외국의 해킹 가능성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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