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7일 동안 일본 관련 게시물을 28건이나 올렸다. 주로 일본 정부의 근거없는 의혹을 반박하거나 일본 내 혐한 감정을 조장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영향력이 막강한 공직자인 조 수석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조 수석은 지난 18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지금은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는 발언을 담은 기사를 인용하며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다”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지난 16일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본어판 기사를 비판한 MBC 방송 화면 캡처 사진을 올리며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고 했다. 다음 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신문을 공개 비판했다.
올해 1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직후 조 수석은 페이스북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국면에서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초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는 본인이 소임으로 여기는 사법개혁과 관련된 부분이 많았다. 검·경 수사권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담은 게시물을 주로 올린 것이다. 한달에 2~3개의 게시물만 올리던 조 수석은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하루에 3건 이상 올리고 있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본인 업무를 넘어 정부 전체가 일본 보복 사태에 긴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도 자신의 페이스북 활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 수석은 주변에 “욕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페이스북에 글을 쓴 이유를 짐작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내는 것은 대통령의 묵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 수석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일부 참모들은 수천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조 수석의 페이스북 홍보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수석이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를 공식 배포 전에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의 실수를 하고, 그의 글을 두고 야권이 자주 반발하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SNS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