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유산과 조산 발생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유산은 임신 20주 전에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는 것,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에 예정일보다 일찍 아기를 낳는 경우를 말한다.
조산의 가장 큰 문제는 저체중아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신생아 체중이 2500g 이하일 때 저체중아라고 하는데, 이 경우 각종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임신 24주 이전의 조산은 뇌성마비, 정신박약 등 뇌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설혹 살아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적어도 임신 24~26주가 지나서 아기가 태어나야 한다. 의학계가 조산아의 건강상태를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신주수를 26~28주, 출생체중을 750~1000g 이상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의 관심뿐 아니라 임신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어느 질환에서나 마찬가지로 조산의 위험요인을 알아두고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기 조산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자궁경부무력증이라는 질환이 있다. 임신 말기까지 딱딱하게 유지되어 태아를 보호해 주어야 할 자궁경부가 말 그대로 무력해져 힘없이 열리고, 그로 인해 태아가 속절없이 자궁 밖으로 밀려나오게 되는 병이다.
과거 인공중절 또는 자연유산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자궁경부가 손상된 경우, 분만 시 난산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경우,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같은 수술을 한 적이 있는 경우, 쌍각자궁 등 자궁기형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시험관임신 시도 등 보조생식술 시술 후 증가하는 쌍둥이 임신도 자궁경부무력증 발생을 부추기는 위험인자 중 하나로 꼽힌다.
진단은 초음파검사로 한다. 최근 자궁경부가 굳어진 경도(硬度) 또는 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특수 초음파 장비가 선보여 자궁경부무력증 진단의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조산을 막는 데는 약해진 자궁경부를 둥글게 묶어주는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이 제일이다. 이 수술은 임신 14~18주 사이에 주로 시행하고, 성공률이 85~90%에 이른다. 과거 한두 번 조산을 경험한 임신부들은 자궁경부무력증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수술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자칫 수술시기를 놓쳐 자궁경부가 이미 벌어지고 양막이 자궁경부 쪽으로 밀려 내려온 다음에는 조산 위험을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양막이 이미 질 내부까지 돌출된 응급상황에서도 더블맥(Double McDonald) 원형결찰술 등으로 치료는 가능하다. 더블맥 원형결찰술은 기존의 원형결찰술 영역 밖으로 한 번 더, 단단하게 자궁경부를 돌려 묶어주는 치료법이다. 양막이 질 내부로 많이 돌출된 경우, 보강수술이 필요한 경우, 또는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유용한 방법이다.
박문일 동탄제일병원 원장·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