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2년 가까이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사진) 전 특별검사가 하원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지 않았으며 퇴임 후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뮬러 전 특검의 증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은 각자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뮬러 전 특검은 24일(현지시간) 열린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죄를 입증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뮬러 전 특검이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해 공개증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기소 가능성에 동의한 데 이어 러시아가 2020년 대선에도 개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가 마녀사냥(witch hunt)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온 것에 대해 그는 “(특검 수사는) 마녀사냥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전 특검의 증언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와 공화당에 매우 좋은 날”이라며 “(이번 청문회로) 민주당은 차기 대선에서 크게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뮬러가 그의 퇴임 이후 기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는 민주당에 재앙”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뮬러 전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행위에 연루됐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증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추진 여부에 대해선 “시기상조이며 당 차원의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미 언론들은 뮬러 전 특검의 증언을 두고 대세를 바꿀 만한 결정적 폭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뮬러는 의원들의 장황한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을 뿐”이라며 “민주당원들은 실망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청문회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될 뻔했지만 뮬러는 ‘슈퍼 히어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청문회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패자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뮬러 특검팀은 22개월간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치고 지난 3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뮬러 전 특검은 지난 5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간 많은 접촉이 있었지만, 범죄를 공모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뒤 특검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