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한국을 향한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골적인 ‘한국 때리기’를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지렛대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조선 군부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을 조직하고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에 반발했다는 의미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를 향해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를 남한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통신은 “일부 세력들에게는 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식 비핵화 셈법을 바꾸어 협상장에 나오라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손가락으로 서울을 가리키고 있는데 그 목소리는 워싱턴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미 압박용 경고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정말로 보다 작은 미사일(smaller ones)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또 “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매우 잘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것(북·미관계)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미 군 당국은 전날 북한이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형태”라며 “2발 모두 600㎞를 비행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군 당국은 처음으로 지난 5월과 전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하다고 확인했다. 한국 전역을 사거리에 두고 있으며 저고도로 회피 기동을 해 요격하기 어려운 신형 무기를 북한이 개발했다는 의미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하강 단계에서 회피 기동을 하는 움직임을 미국 측 정보를 통해 파악했다.
김경택 손재호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