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폭력조직원이 개입된 ‘백색테러’가 발생하면서 홍콩 시위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서는 등 대치 양상이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 국방부가 사태 악화 시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PLA)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홍콩판 천안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28일 오후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 ‘백색 테러’를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경찰은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대도 방독면과 헬멧 등으로 무장하고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전날 장위안랑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17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8만8000명이 참여했다.
일부 시위대는 위안랑 경찰서를 향해 나뭇가지와 흙을 던지고 주차된 경찰차를 파손하거나 경찰차에 스프레이로 비난하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10시쯤 곤봉을 마구 휘두르며 진압에 나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화됨에 따라 인민해방군의 진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정부가 요청하면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첸 대변인은 지난 21일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의 중국 국가 휘장에 페인트를 던져 훼손한 사건을 거론하며 “(중국의 대응조치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행정특별구 주군법(駐軍法) 제3항 제14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 조항은 ‘홍콩 정부는 사회치안 유지와 재해구조를 위해 필요시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 군대가 투입되면 대규모 유혈사태의 우려가 커지고, 자칫 1989년 천안문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매파 언론인인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도 트위터에서 “인민군을 투입할 경우, 홍콩 시민뿐 아니라 국제적 반발도 우려돼 중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국이 홍콩의 민권과 자주권을 제한할 경우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내 홍콩의 개별회원국 지위 인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군대가 투입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다국적 기업들의 자본이 빠져나가 홍콩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홍콩의 자산가 중 일부는 정치적 위험을 이유로 싱가포르 등으로 재산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