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만루에서 유격수 땅볼. 프로야구라면 수비 측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공격 측은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를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가 아닌 사회인야구인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것조차 아웃카운트로 이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 하나하나에 가슴 졸이는 사회인야구 소재 웹툰 ‘육아부부의 사회인야구이야기(사야이)’를 연재하고 있는 유영태(39) 작가 겸 사회인야구팀 ‘팀사야이’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회인야구 경기를 소재로 장기 연재되는 웹툰은 사야이가 유일하다. 금방 종료될 거란 말도 들었지만 어느새 연재 600여회가 넘은 8년차 장수웹툰이 됐다. 그 사이 제목도 ‘유영태의 사야이’에서 결혼 뒤 ‘신혼부부의 사야이’, 아내의 임신 뒤에는 ‘육아부부의 사야이’로 바뀌었다. 한 회에 35만 조횟수를 넘긴 적도 있을 만큼 화제도 되고 있다.
사야이 연재 시작 전만 해도 유 작가는 야구 문외한이었다. 원래 축구 관련 웹툰을 연재하던 유 작가에게 야구붐이 일던 2012년 야구 웹툰을 그려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착한 만화를 그리면 영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며 “‘내가 직접 뛰면서 차라리 나 자신을 망가뜨리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사회인야구 만화를 기획했다”고 연재 이유를 밝혔다.
이후 같은 해 야구 초보자들을 모아 ‘팀사야이’를 창단하면서 감독까지 맡게 됐다. 동시에 팀사야이의 경기와 레슨 내용 등을 만화로 그렸다. 처음에는 자신을 포함해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낮아 하부 리그에서도 연전연패했다. 팀의 처절한 패배를 유쾌한 농담을 담아 생생히 보여줬다. 지금도 여전히 약팀인 사야이의 경기 내용은 실책과 서로에 대한 놀림으로 채워진다. 이런 모습이 사회인야구에 애정을 가진 이들의 웃음과 공감을 샀다.
유 작가는 “사회인야구 만화를 그릴 만화가가 거의 없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친구들만 모였나 싶은 팀원들 덕에 지금도 그릴 소재가 넘친다”며 웃었다. 웹툰에서 태명 ‘유타(유영태 안타)’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아들 필상(5)군은 어느새 사회인야구장의 유명인사가 됐다.
유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인야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유 작가는 “사회인야구는 타순에 들어가기만 하면 실력과 상관없이 나의 힘으로 영웅이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회인야구를 그만두지 않는 한 누구나 영웅이 될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인야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부담없이 뛸 수 있도록 리그가 더 세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약체팀을 모아 1일짜리 ‘마이너리그’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며 “상대팀 선수 한분이 ‘이렇게 재밌게 경기하기는 오랜만’이라고 하셨는데 보람차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회인야구가 4부 리그까지밖에 없지만 앞으로 리그가 5, 6부까지 세분화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는 리그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즐거움 외에 ‘다치지 않는 야구’도 중시한다. 유 작가는 “우리팀 동료가 경기 중 크게 다쳤다면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못할 것 같다”며 “올바른 주루, 투구법 등 독자들이 안전한 야구를 할 수 있는 그림을 많이 그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야구배트 반발력이 너무 높아 땅볼 타구에 다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배트 규제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자신의 배트를 쓰지 못하게 된 선수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왜 이 규제가 필요한 지를 웹툰의 한 회에 할애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일반인들인 만큼 레슨이 주로 담긴 에피소드의 경우 쉽고 기초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유 작가는 “야구 초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프로들의 플레이를 따라하는 것”이라며 “프로야구 선수들의 플레이는 멋있지만, 사회인야구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유 작가는 야구광이 된 지금도 프로야구는 잘 보지 않는다. 대신 사회인야구의 숨은 고수들을 코치로 종종 초빙했다. 유 작가는 “오랜 기간 사회인야구를 했던 비선수 출신들은 매일 훈련할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한 ‘요령’을 잘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사야이가 프로야구 팬에게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 선수에게 레슨을 받는 에피소드였다. 조회수가 30만을 넘길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유 작가는 “웹툰 덕분에 김동주의 근황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몇 년이나 더 그리고 싶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신규 멤버들을 뽑았다. 이 선수들이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려면 최소 4년은 더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