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모래투성이와 자녀의 권세



미국에 살았을 때 아파트 놀이터에 모래밭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비가 와서 물이 고여 있는데 큰딸이 옆집 쌍둥이 아이들과 그 모래밭에서 신나게 놀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몸이 젖었고 모래투성이로 변했습니다. 그 모습으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오는데 저희 부부는 깜짝 놀라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집엔 바닥에 연한 색 카펫이 깔려있어 그대로 들어왔다가는 모래가 다 떨어져 카펫이 젖고 얼룩까지 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가서 깨끗하게 씻고 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현관에서 아이를 안아 조심스레 욕실로 옮기고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 새 옷으로 갈아입혔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바로 “이것이 자녀의 권세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옆집 쌍둥이가 그 모습으로 우리 집에 왔다면 분명히 “더 놀고 싶구나. 그러면 너희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와서 놀자”고 했을 것입니다.

거지꼴로 집에 돌아온 둘째 아들에게 달려가 껴안고 입을 맞춘 탕자의 아버지처럼 하나님은 자녀인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는 분입니다.(눅 15:20) 그러니 우리는 어떤 모습이나 상황 속에서도 주저하지 말고 하나님께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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